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국내 법원이 위안부 피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과 관련 유감을 표하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2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주지법 민사 7단독 이효두 판사는 지난 25일 고 길갑순 할머니의 아들 김영만씨(69)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2억 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정확한 판결 취지와 배상 금액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1924년 전북 무주에서 태어난 길갑순 할머니는 17살이던 1941년 일본 나가사키 섬으로 끌려갔다. 길 할머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에 참여하며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등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이어오다 1998년 급성 폐암으로 작고했다.
이후 아들 김씨가 일본의 사과와 책임을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이어왔고 지난해 1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일본 정부는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이유로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국제법과 한일 양국 간 합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판결과 관련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들여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이 확정됐으나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해자 측이 압류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재산을 찾아내 법원에 강제 처분을 신청해야 한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주권 면제 원칙을 이유로 소송을 각하한 1심을 뒤집고 일본 정부가 2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21년에는 서울중앙지법이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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