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직무 관련자에게 가족의 해외 이주와 생계를 지원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검찰 수사 진행 과정에서 “어떠한 부당한 지시나 사적 이득을 취한 바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해 향후 재판에서 대통령의 직무 범위와 관련성, 제3자 뇌물죄 또는 사후수뢰죄 적용 가능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검은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국회의원 출신의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뇌물공여와 업무상배임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와 전 사위 서모씨는 공범으로 판단됐으나, 기소유예 처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직무 관련자인 이 전 이사장이 지배하는 태국 소재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을 통해 자기 사위를 특혜 채용되도록 하고,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총 2억1700만원을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항공사는 당시 사업 준비 단계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항공 관련 경력 없는 서씨를 상무 직급으로 채용해 고액 연봉과 주택을 제공받았다. 급여 일부를 가명으로 지급받고 근무 이력을 조작하는 등 이른바 ‘가짜 취업’ 정황과 월세 500만원 상당의 고급 주택 임차료를 항공사 자금으로 충당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대통령 가족의 태국 이주 지원을 위한 부당한 특혜 채용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자로부터 가족이 대가성 이익을 제공받은 경우, 대통령 본인이 직접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더라도 법적 책임이 성립한다”며 “정상적인 근로관계나 사적인 채권·채무 없이 거액이 제공된 것은 사실상 뇌물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사위 채용과 태국 이주를 지원했고, 대통령 경호처는 해외 경호 계획까지 수립한 사실이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이러한 과정을 인지하고 승인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직무 관련자로서 문 대통령과의 관계 유지와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기대하며, 자신의 지배 기업을 이용해 대통령의 사위에게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는 명백한 뇌물 공여 행위이며, 동시에 기업에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익을 직접 요구하거나 지시하진 않았더라도, 이를 인지하고 묵인한 사실만으로도 ‘사후수뢰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검찰의 법리다. 이 전 이사장은 2019년 이스타항공에서의 수백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딸과 전 사위에 대해서는 급여·주거비 수령에 직접 관여하고 가명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뇌물 수수 등에 관여한 정황 등이 일부 확인됐지만, 범행의 주도성이 낮고 정황상 문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에 따른 수동적 관여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처벌보다는 공범으로서의 책임을 법적으로 남기되, 중대한 형사책임은 문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대통령이자 국가원수의 지위를 이용해 직무 관련자로부터 가족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행위는 중대한 부패 범죄에 해당한다”며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향후에도 권력을 이용한 공직자의 부패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앞서 이뤄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위의 채용은 이스타 측 판단일 뿐 구체적 내용을 보고받거나 개입하지 않았고, 어떠한 부당한 지시나 사적 이득을 취한 바 없다”고 반박해 왔다. 그만큼 향후 재판에서는 이상직 전 의원 측 진술의 신빙성, 대통령의 직무 범위와 관련성, 제3자 뇌물죄 또는 사후수뢰죄 적용 가능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이 확보한 경호처·청와대 내부 문건 및 이스타 항공사 자금 흐름 자료 등이 유죄 입증의 핵심 증거로 제시될 전망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직무 관련자에 의한 가족 지원’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권력형 부패 수사에 중대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법적 다툼의 여지도 상당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검찰은 향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공판에서 대통령 가족의 태국 이주 경위, 특혜 채용 의사결정 구조, 이익 제공의 동기와 성격 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최고 권력자가 직무 관련자와 공모해 가족에게 부당한 특혜를 제공한 중대한 부패범죄”라며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권력을 이용한 불법적 이익 수수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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