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18일(현지시간)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 ‘결혼피로연’(The Wedding Banquet) 대사에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큰아들과 관련한 실제 경험을 녹여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18일 공개된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소개하며 이러한 사실을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류 안이 연출한 ‘결혼 피로연’은 대만 출신 거장 리안 감독의 1993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 시애들을 배경으로 레즈비언 커플 ‘리’(릴리 글래드스톤)와 ‘앤젤라’(켈리 마리 트란), 게이 커플 ‘크리스’(보웬 양)와 ‘민’(한기찬)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유복한 가정 출신 유학생인 ‘민’은 비자 만료가 임박한데다, 귀국해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조부모의 기대까지 이중 압박에 놓여있다. 보수적인 한국 가정에서 자란 민은 조부모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 그는 영주권 획득과 고국의 조부모를 향한 보여주기식 이벤트, ‘일석이조’ 전략으로 앤젤라와 가짜 결혼을 하려 든다. 그러나 그의 할머지 자영(윤여정)이 미국에 깜짝 등장하며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윤여정은 인터뷰에서 실제 큰아들이 게이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깊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앤드류 안 감독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영화에서 (동성애자인) 손자에게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라고 말하는 대사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감독과 함께 썼다”고 밝혔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는 “큰아들이 2000년에 커밍아웃을 했다”며 “뉴욕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뉴욕으로 온 가족이 가서 아들 결혼식을 열었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그때는 한국에서는 비밀로 했는데, (이번 인터뷰 공개 뒤) 한국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아들보다 사위가 더 좋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1975년 미국에서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고, 1987년 이혼한 뒤 홀로 아들들을 키웠다. 2021년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았을 때 수상 소감으로 “두 아들이 항상 내게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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