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승제)가 광주와 대구에서 각각 2경기씩을 치른 가운데 KIA가 3승1패로 리드한 상황에서 다시 광주로 돌아간다. 2017년 이후 7년만의 KS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놓은 KIA는 조기에 우승을 거머쥐겠다는 태세다. 반면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2013년에도 1승3패 후 내리 3승을 거두며 KS 우승을 차지한 적 있는 만큼 시리즈를 끝까지 끌고가야만 역전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다.
선수단의 사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KIA는 28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S 5차전 선발로 ‘대투수’ 양현종을 내세운다. 2001년부터 해태에서 KIA로 팀명을 바꾼 뒤 만들어낸 2009년과 2017년 KS 우승을 현재 선수단 내에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선수가 양현종이다.
2009년 우승 때 양현종은 3년차 신예급 선수로, 당시엔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6.14에 그쳤다. 2017년 우승 때는 명실상부 KIA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그해 정규시즌에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다승왕과 정규시즌 MVP를 거머쥔 양현종은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1세이브로 MVP에 올랐다.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2볼넷으로 완봉승을 거둔 뒤 3승1패로 앞선 5차전에는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직접 완성시켰다. KBO리그 역사상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동반 석권한 것은 2017년 양현종이 유일무이하다.
양현종은 지난 23일 열린 KS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5.1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을 내주면서도 2실점(1자책)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국내 투수 최고령(36세7개월22일) KS 선발승 기록을 경신한 양현종은 자신의 기록을 경신할 경우 개인 통산 세 번째 KS 우승의 영광을 맛볼 수 있다.
절정에 오른 KIA 타선도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KIA 타선은 3차전에서 2점에 묶였으나 지난 26일 열린 4차전에서 김태군의 생애 첫 만루홈런이 터지는 등 대폭발하며 9점을 뽑아냈다.
반면 2013년의 기적을 재현을 노리는 삼성은 부상자가 속출해 신음하고 있다. 외국인 에이스 코너 시볼드가 플레이오프(PO)에 이어 KS 엔트리에도 제외되고, 팀 내 최고타자 구자욱도 PO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 당한 무릎 부상으로 KS에서는 단 한 타석도 소화해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토종 에이스 원태인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1차전 5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원태인은 지난 26일 4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2.1이닝 5피안타 6실점으로 조기강판당했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어깨 통증을 호소했던 원태인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오른쪽 어깨에 관절와순 손상이 관찰됐다. 삼성 관계자는 “관절 안에 약간의 출혈이 있고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을 동반한 상태다. 의료진은 4∼6주간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다”고 전했다. KS가 7차전까지 이어지더라도 원태인은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차포’를 떼고 KS에 임하던 삼성으로선 이제 ‘차포마’까지 뗀 셈이다.
투타 전력 손실이 심각한 삼성은 5차전 선발로 좌완 이승현을 낸다. 이번 KS에서는 1이닝 1실점을 기록 중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KIA를 상대로 2차례 선발 등판해 승리는 없었지만, 12이닝 동안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3.00으로 잘 던졌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주로 불펜투수로 나선만큼 KS 5차전이 포스트시즌 선발 데뷔전인 이승현이 얼마나 긴 이닝을 소화해주느냐가 삼성에겐 관건이다. 최대한 긴 이닝을 버티며 KIA 타선을 봉쇄해준다면 삼성은 반격을 노릴 수 있다. 5차전을 내줄 경우 올 시즌이 끝나는 삼성 박진만 감독으로선 이승현이 경기 초반 흔들리면 빠르게 불펜을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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