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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한글날을 앞두고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거보다 학생들의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9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답한 교원은 48.2%나 됐다. 심지어 교사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 못 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란 응답도 30.4%였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조차 곤란한 학생이 ‘21% 이상’이란 응답도 21.4%였다. 학생 문해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내용을 보면 황당하다. 한 교사는 “사건의 시발점을 설명하는데 학생이 ‘선생님이 왜 욕해요’라고 하더라”고 했다. “이부자리가 별자리냐고 물어보는 학생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 수도(首都)라는 말을 몰라 충격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이 혈연(血緣)의 뜻을 모른다”는 사례도 나왔다. 얼마 전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추후 공고’를 ‘추후 공업고등학교’로 잘못 이해한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자 교육을 제대로 안 받으니 한자 까막눈이 늘어나는 것이다. 교총 조사에선 “안내장이나 가정통신문을 이해 못 하는 학부모가 지나치게 많다”는 답변이 여럿 나왔다니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독서 부족이 주 요인이라고 한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아이들이 많다. 초·중·고 교사들은 스마트폰, 게임기 등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사용이 늘어난 이후 문해력이 확 떨어진 걸 느꼈다고 한다. 짧은 길이에 말도 거의 없는 쇼츠, 릴스 등에 익숙해지다 보니 긴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어른들의 책임도 크다.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60%에 육박한다니….

학생 문해력 저하는 사회의 지적 기반을 허약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소통 단절과 오해가 빈번해질수록 세대 간, 사회구성원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독서·글쓰기 등 기초교육을 강화하고,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줘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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