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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눈앞에 어둠이 있으면 어둠의 나이를 묻는다,

넌 아기 같구나

 

하루가 보면 꼰대 같다고 하겠지만

 

아기 같은 어둠이라면

참지 못하지,

 

아기 같은 슬픔

아기 같은 절망

같아서

 

해맑은 밤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불을 지피면 금세

늙어서

 

하얗고 가는 어둠의 손가락이 끝없이 자라나 별 하나를 지우는 것을 본다

 

(하략)

어둠을 앞에 두었을 때 그 어둠을 “아기”라고 생각해 보자. 문득 “넌 아기 같구나” 이야기해 보자. 슬픔 혹은 절망 앞에서도, 넌 참 아기 같다, 그렇게 해 보자. 그러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슬픔도 절망도 조금은 순해져서 아장아장 걷거나, 걷다가 그만 넘어지거나, 강마른 품에서도 곧잘 숨을 색색거리며 잠들지 않을까.

 

시 속 사람은 어쩌다 어둠을 ‘아기’로 여기게 되었을까. 어둠의 나이를 묻게 되었을까. 얼마나 오래 어둠을 곁에 둔 사람이기에. 어쩌면 그는 어둠보다 더 어두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정작 “해맑은 밤의 얼굴” 같은 건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 그저 어둠을 아기라 여기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사람. 그러다 간신히 작은 불을 켜는 사람.

 

이런 식의 주문은 제법 효과가 있을지도. 생략된 시의 마지막은 “아침이 냉동고 문을 열듯 하루를” 꺼내는 것. 다시금 생생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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