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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 병장’ 조영재, 은메달 쏘고도 “만기 전역하겠습니다” [파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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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05 19:27:51 수정 : 2024-08-05 19: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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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전역하겠습니다.”

 

올림픽 은메달로 조기 전역의 꿈을 이룬 순간,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 병장은 뜻밖의 선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 사격 25m 속사권총에서 한국 역사상 첫 메달을 따낸 조영재의 눈빛은 결연했다.

 

조영재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CNTS사격장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사격 25m 속사 권총 결선에 출전해 은메달을 확정 후 시상대에 올라 거수경례 하고 있다. 샤토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랭킹 37위의 무명 선수가 올림픽 첫 출전에서 일으킨 파란은 실로 놀라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접한 사격에 매료되어 천문학자의 꿈을 접은 조영재. 그는 망원경 대신 조준경을 선택했고,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조영재의 사격 인생은 동네 형을 따라 간 사격장에서 시작됐다. 원래 공기소총 10m 선수였던 조영재는 한국체대 진학 후 속사권총으로 전향했다. 경기도청에 입단한 후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관왕 김서준의 조언으로 기량이 급성장했고,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세계기록에 2점 뒤진 591점으로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태극마크를 달고선 처음 국제 무대에 선 조영재는 마치 유성처럼 번뜩였다. 이번 결선에서 4위로 시작해 3시리즈에서 5발 만점으로 2위 도약, 이어 1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별똥별의 궤적을 연상케 했다. 비록 마지막에 중국의 리웨훙에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조영재가 그린 은빛 궤적은 한국 사격의 새 이정표가 됐다.

 

메달보다 빛난 건 ‘말년 병장’의 의리 있는 결정이었다. 한 달 뒤 전역을 앞둔 조영재는 은메달을 따고도 “동기들과 함께 전역하고 싶다”며 끝까지 병역 의무를 다할 것을 강조했다. 

 

여전히 천문학을 좋아하는 조영재는 “지금도 유튜브로 제임스웹 망원경의 새 사진을 찾아본다”고 했다. 좋아하는 영화도 화성 탐사를 다룬 ‘마션’이다. 별을 좋아하는 그가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삼겹살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밝혔다.

 

조영재가 그려낼 한국 사격의 궤적은 아직 무한하다. 그는 “한국 사격은 앞으로도 계속 메달을 따낼 것”이라며 “나도 몸이 망가지기 전까지 사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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