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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국회의장직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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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9 23:06:13 수정 : 2024-05-19 2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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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조정식)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스스로 ‘공중 부양’ 과거를 자랑스럽게 소환했다. 2009년 법안 대치 때 당시 소수 야당 의원으로 셔츠 차림과 구두를 신은 채 국회의장 단상에 뛰어오른 육탄 돌격을 공개한 것이다. 그는 “겉보기에는 제가 부드러운 이미지인데, 내면에는 불같은 성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22대 국회의 의장이 되면 국회를 불같이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이었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로 출마를 선언했던 4명 후보자(조정식, 정성호, 우원식, 추미애)는 앞다투어 이른바 선명성 경쟁을 벌였다.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라는 부분을 늘 명심해야 한다’(조정식), ‘합의되지 않는 경우 다수결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정성호), ‘중립이라는 것은 몰가치가 아니고 국회의장도 국회의 사회자로 한정되는 게 아니다’(우원식), ‘민주당이 법안을 준비하고, 국회는 신속하게 이를 관철’(추미애)을 공언했다. 표현과 어감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점은 ‘탈중립 의장’ 역할로 민주당 ‘마이 웨이’ 국회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지배하는 ‘강성 의원’의 표를 얻기 위한 언행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정당의 대리인이 되어서는 안 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취지에서다. 그래야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특정 정당의 지지자가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한 민의의 전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정 정당이나 다수당의 일방통행식 운영으로 인한 국회의 파행은 민생은 물론이고 행정부 권력의 견제라는 입법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강성 언행이 목표하는 효과를 늘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커뮤니케이션 연구는(Janis & Feshbach 등) 온건한 메시지가 강성 메시지보다 효과가 크다는 점을 발견해 왔다(‘Effects of fear-arousing communications’). 또한 강성 지지자를 의식해 의장직을 당이 제출하는 법안을 처리하는 기술자로 격하하는 것은 직업의식과 윤리도 팽개치는 것이다.

지난 7일 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원로배우 이순재 선생은 “연기의 완성을 향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며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 이만하면 됐다는 배우 수백명이 없어졌다”면서 “대사 외울 자신이 없으면 배우 관둬야 한다. 그건 원칙”이라는 고백으로 ‘프로페셔널리즘’의 엄정함을 알려 주었다. 마찬가지다. 국회의장도 ‘중재자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짧고 국회의장직은 길다. 의장직을 더 이상 추락시키지 말아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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