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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금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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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30 14:49:08 수정 : 2024-03-30 14: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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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9월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일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러시아 관광을 위해 여객기에 탑승하려다 공항 직원한테 제지를 당했다. 불법 정치자금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돼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었던 것이다. 최씨는 당황했다. 혼자도 아니고 일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잠시 후 검찰이 출금을 일시 해제함에 따라 그는 러시아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귀국 후 검찰 포위망은 더욱 좁혀졌고 결국 최씨는 영어의 몸이 됐다. 대검 중수부의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법무부 산하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도심공항출장소 모습. 한국도심공항 홈페이지

출금은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소관이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외교부 소속이던 출입국관리 업무가 법무부로 이관된 것은 5·16 군사정변 직후인 1961년 10월이다. 외국을 다녀오는 한국인도, 한국을 다녀가는 외국인도 극히 드물던 때다. 출입국관리 초점이 범죄를 저지른 내국인의 해외도피 방지, 그리고 북한과 연계된 외국인의 국내잠입 차단 등에 모아진 만큼 법무부가 맡는 게 옳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당시만 해도 업무량이 많지 않아 검찰국 출입국관리과가 그 일을 담당했다. 그러다가 1970년 검찰국에서 분리돼 출입국관리국으로 독립했다. 2007년에는 본부로 승격해 오늘에 이른다.

 

사실 출금 절차에 관해선 공개된 것이 별로 없다. 검찰 등 수사기관이 필요한 경우 법무부에 출금을 요청한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기자들이 핵심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출금 여부를 법무부에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뿐이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출금은 너무나 사적이고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과거 출입국당국 관계자로부터 “수사기관이 출금을 요구하면 거의 대부분 받아준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행여 출금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가 그 사람이 도피성 출국이라도 하면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오른쪽)가 28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위산업 관련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대사는 이튿날인 29일 사의를 표명해 대통령실에 의해 수리됐다. 남정탁 기자

이종섭 전 주(駐)호주 대사 사건을 계기로 출금이 새삼 화제다. 이 전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해병대원 사망 사고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을 당했다. 공수처는 그를 피의자로 입건해 출금 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사 임명장을 받아든 그가 출금이 일시 해제된 뒤 현지에 부임한 것이 정쟁으로 비화했다. 일각에선 “피의자의 도피 시도”라고 비난을 퍼붓지만 “고발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출금이 이뤄지는 건 너무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은 세계에서 고소·고발이 제일 많은 나라 아닌가. 이번 논란이 출금 기준을 명확히 재정립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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