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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이탄희가 사법부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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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22 23:50:17 수정 : 2024-02-23 20: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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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사법부를 격랑에 빠지게 한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시발점에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있다는 것이다.

 

“네가 행정처에 온 건 네가 아니라 네 와이프 때문이다.” 헌정사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됐지만 1심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된 소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는 2017년 2월15일 변산반도에서 임효량 법원행정처 기조실 1심의관이 이탄희 판사에게 건넨 이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이 판사는 기조실 발령을 받았지만 정식 부임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이 판사는 미리 행정처를 찾아 인사를 다녔다. 곧 있을 법원장 간담회를 위한 사전 답사도 따라 나섰다. 이 판사가 2월14일 소위 ‘판사 뒷조사 파일’ 얘기를 들었다고 한 바로 그 이튿날이다. 답사 직후인 16일 그는 돌연 사직서를 낸다. 대체 변산반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행정처 간부에게 임 심의관은 실언한 것 같다며 해당 발언을 실토하는 경위서를 낸다. 이 판사의 부인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근혜정권퇴진특위에서 활동한 오지원 변호사다.

 

판사 뒷조사 파일을 내세워 시작된 법원 자체조사는 세 차례나 거듭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취임 후 꾸려진 2차 조사단은 돌연 ‘우병우’니, ‘강제 징용 재판거래’ 같은 국민 역린을 건드리기 좋은 ‘별건 문건’들을 새롭게 공개했다. 판사 인사기록뿐 아니라 대법원 재판연구관 컴퓨터까지 전부 검찰 손에 쥐여줬다. 백명이 넘는 판사가 검찰에 줄줄이 불려나갔다. 수석재판연구관을 비롯한 유능한 법관들이 그 충격으로 법복을 벗었다.

 

이 판사는 ‘판사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공로로 민주당에 영입됐다. 국회의원이 된 그는 2021년 8월 법관임용 최소 경력 기준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4표 차이로 부결되는 데 앞장섰다. 여야 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법안이었다. 현재 5년인 경력 기준은 내년 7년, 2029년 10년이 된다. 하지만 경력 기준이 올라갈수록 로펌 등에서 자리 잡고 높은 연봉을 받는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기 어렵고, 법관 평균 연령이 고령화돼 재판 지체의 원인이 된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사법부는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대형 로펌 출신자들과 법원 내부 승진자들의 독식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들었다. 한 중견법관은 “현실을 모르는 건지, 외면하는 건지 모를 탁상공론 같은 소리“라고 혀를 찼다. 역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던지 국회는 같은 해 12월 ‘법조경력 5년 이상’의 적용시기를 2024년 말까지 3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5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지체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법관 임용을 위한 최소 경력 기준을 낮춰 법원의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지난달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6년 만에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은 위법하거나 부적절하다고 인정될 만한 뒷조사 문건이나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사법부에 남긴 상흔들이다. 그 뒷수습은 대체 누구의 몫인가.


장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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