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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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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8 22:34:06 수정 : 2024-02-08 22: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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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감독의 영화 제목이자 책 제목이다. 부모가 모두 청각장애인이었던 감독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고, 이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삶과 그들의 언어가 대중에게 조금 더 알려지게 되었다.

박수 소리가 어떻게 반짝이는 것인지를 알려면 ‘수어’에 대해 알아야 한다. ‘수어’는 농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르는 말로, ‘수화언어’라고도 한다. 대개 손으로 표현한다고 알고 있지만 얼굴 표정과 손, 팔 등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박수 치다’에 해당하는 수어가 바로 손을 반짝이는 동작이기 때문에 농인의 박수 소리는 반짝이는 것이다.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세상에는 많은 음성언어가 있고 한국어가 그중 하나이듯이, 세상에는 많은 수어가 있고 ‘한국수어’도 그중의 하나다. 그리고 한국수어는 한국어를 단순히 손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자체의 문법과 체계를 지닌 별개의 언어이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지닌,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다. 이 법에는 한국수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도 담겨 있다. 한국수어와 관련된 실태조사, 연구, 교육, 보급, 전문인력 양성, 정보화 사업 등을 추진하게 되어 있어서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에서는 법·제도와 관련한 사항, 수어발전기본계획 수립 등을 담당하고, 국립국어원은 이를 구체적으로 펼치는 조사와 연구, 교육, 정보화 사업 등을 시행한다.

‘한국수어사전’ 편찬은 이러한 사업 중 기본이 되는 사업이다. 어떤 언어를 공부하고 이해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사전이듯이 한국수어를 연구하고 교육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한국수어사전’이기 때문이다.

‘사전’이 언어의 기본 교재라면, ‘교원’은 교육의 으뜸 요소이다. 이를 위해 법에서 마련한 것이 바로 ‘한국수어교원 자격제도’로, 지금까지 178명의 한국수어교원이 배출되어 한국수어의 바른 교육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밖에 국립국어원에서는 비장애인, 전문가, 중도 장애인 등 대상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

요즘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소위 빅데이터라고 하는 거대한 언어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수어도 마찬가지여서, 한국수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모든 사업의 기본이 된다. 특히 수어는 손동작을 기반으로 하는 언어이다 보니, 모든 자료는 영상으로 구축된다. 그래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며, 그러기에 더욱 국가가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기도 하다.

2월3일은 ‘한국수어의 날’이다. 2017년부터 ‘세계 수어의 날’이 제정되어 기념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날짜에 맞추어 2021년부터 ‘한국수어의 날’을 별도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한 ‘한국수어의 날’에 국가가 수어 사용자들을 위해 해 온 일과 해야 할 일을 짚어 보며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장소원 국립국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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