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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200만 고지’ 점령한 ‘서울의 봄’… 12·12, 그 밤에 대한 관심 [엄형준의 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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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7 21:00:00 수정 : 2023-11-28 00: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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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나흘만에 100만, 다시 이틀 후 200만 고지 밟아
치밀한 연출, 배우들 호연…‘군사반란’에 젊은층 호기심
20대 예매율 25% 이례적 …40·50대 보다 오히려 높아

‘서울의 봄’이 몰고 온 따뜻한 바람이 극장가에 불고 있다.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후 나흘만에 누적관객 100만을 돌파하고, 이후 이틀 만에 다시 200만명을 넘겼다.

 

27일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서울의 봄’의 누적 관객은 이날 오후 1시쯤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2일 영화를 개봉한지 엿새 만이고, 100만 관객을 돌파한지 이틀 만이다. 영화는 토요일인 25일 자정까지 누적 관객 126만7000명을 기록했고, 다음 날인 일요일 하루에만 62만4000명이 관람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의 봄’이 누적관객 100만을 돌파하는 데 걸린 일수는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같다. 더욱이 개봉 당일 관객스코어는 ‘서울의 봄’(20만3000명)이 ‘밀수’(31만8000명)나 ‘콘크리트 유토피아’(23만명)에 밀렸지만, 100만 달성 후 관객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빠른 모습으로, 향후 흥행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서울의 봄’의 초반 열기에 대해 업계는 영화의 완성도를 주 요인으로 꼽는다. 김 감독의 치밀한 연출과 황정민·정우성, 그리고 조연급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영화의 소재 역시 관심을 끈다. 12·12군사반란을 직접 체험한 중년 세대는 물론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잘 몰랐던 젊은 세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는 평단은 물론 개봉 후 실관람객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홈페이지와 포털 네이버에 올라온 관람 후기는 호평 일색이고 입소문 효과로 후속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CGV의 관객들은 배우의 연기와 몰입감이 특히 높은 영화로 평가했다.

 

영화에 대한 20대의 관심이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 CGV의 연령별 예매 분포는 30대가 29.9%로 가장 높고, 이어 20대 24.9%, 40대 23.8%, 50대 17.3% 순이다. 올해들어 20대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늦게, 검증된 영화를 중심으로 관람한 패턴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초기의 이런 관심은 이례적이다. 역사물인데다가 남성 중심의 서사인 영화의 특성 때문에 당초 관심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던 20∼30대 여성 관객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추세라면 손익분기점인 460만명은 무난히 달성하고, 그 이상의 성적도 바라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 휴가철 빅시즌에 개봉한 ‘밀수’나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더 문’, ‘비공식 작전’과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인것과 달리 현재 개봉작 중 ‘서울의 봄’의 경쟁 상대는 없다. 지난 15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고 있는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주말까지 50만명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26일 관객 수는 ‘서울의 봄’의 10분의 1 수준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주말 일일 관객이 1만명대를 기록하며 완연한 하락세다.

 

금주 개봉하는 영화 중에선 이동욱·임수정 주연의 ‘싱글 인 서울’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정도가 흥행 기대작으로 꼽히지만, ‘서울의 봄’의 기세를 꺾긴 어려워 보인다. 지금의 흥행세가 이어진다면 12월에 개봉하는 리들리 스콧 감독,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나폴레옹’과 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노량) 정도가 1등 자리를 위협할할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나폴레옹은 12월6일, 노량은 12월20일 각각 개봉한다.

 

극장가에서는 ‘서울의 봄’에 더해 새로 개봉하는 이들 영화까지 흥행을 이어가길 바라는 눈치다. 적어도 12월 초까지는 ‘서울의 봄’이 흥행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신규 개봉작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겨울 극장가에 열기를 더할지, 아니면 ‘서울의 봄’의 단독 흥행에 그칠지 정도가 변수로 거론된다.

 

오랜만에 살아난 열기에 대해 한 극장 관계자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11월에 이처럼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는 건 고무적”이라며 “서울의 봄은 영화를 본 그 후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입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노량 역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어 이번 겨울, 한국 영화의 붐이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봄이 지금의 추세를 유지해 흥행에 성공한다면, 향후 극장가의 개봉 공식에도 변화가 일 수 있다. 지금까지 영화계는 명절·여름 휴가시장에 블록버스터 영화를 집중 개봉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봄 시장 ‘범죄도시3’에 이어 초겨울 시장 ‘서울의 봄’의 흥행 사례는, 치열한 개봉 대결보다는 오히려 틈새를 노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서울의 봄의 11월 개봉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면서도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전통적인 흥행 공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영화사들이 제로 베이스에서 개봉 전략을 다시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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