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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신고해도 회사 ‘뒷전’… 피해자 11% ‘극단 선택’ 고민

입력 : 2023-11-26 19:22:34 수정 : 2023-11-26 22: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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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1000명 설문

신고자 68%가 “사측 조치 없어”
4명 중 1명은 되레 불이익 겪어
“달라질 것 없단 절망감 커지면
죽음 등 극단적 사고 낳을 우려”

“위반한 사업주에 과태료 부과
불리한 처우 땐 형사처벌 필요”

인천 송도에 있는 바이오 대기업에 다니던 20대 직원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이달 중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청원이 접수돼 최근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섰다. 청원에는 해당 직원이 부서장으로부터 “너는 강제전환 배치 1순위”, “네가 타는 차에 불이 났으면 좋겠다”는 등 폭언에 시달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터에서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피해 사실을 신고할 경우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린 노동자 10명 중 1명은 생의 마감까지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4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한 노동자 359명 중 39명(10.9%)은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회사에 괴롭힘을 신고한 비율은 15.6%(56명)에 불과했다. 최근 숨진 바이오 기업 직원도 회사에 괴롭힘을 신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괴롭힘을 경험한 이들이 용기 내어 사측에 괴롭힘을 신고했더라도 이후 회사가 보호조치 없이 방치하거나 되레 보복을 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56명 중 ‘회사가 조사·조치를 취했다’는 답변은 32.1%(18명)에 그쳤고, 67.9%(38명)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26.8%(15명)는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경험’하기까지 했다. 단체는 “신고 이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절망감은 ‘죽음으로 억울함을 알리겠다’는 극단적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직장갑질119에 상담 요청을 한 사례들을 보면 피해자들은 괴롭힘 상황 자체뿐 아니라 사업주의 조치 의무 위반이나 불이익 처우로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이 강화되기도 했다. 지난 1월 한 노동자는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고도 회사가 가해자와 분리조치를 해주지 않아 1년 넘게 가해자와 같이 근무하고 있다”며 “제가 죽으면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할까 싶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업주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직후 △객관적인 조사 실시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지난 3월 고용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업무능력 및 성과 미인정, 조롱, 차별 등 괴롭힘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평균 주 1회 이상 반복되는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괴롭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는 이에 대해 “괴롭힘 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개념 정의 규정에 추가해야 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한다”며 “사실상 죽기 직전까지 참으라는 지침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괴롭힘 피해자에게는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뭔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이 필요하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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