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인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찬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의 기업 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고민하는 미국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미국 기업인들과의 만찬에 대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중국 내 환경으로 인해 불안해하는 기업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무역과 투자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아 일부 기업인들이 놀라움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미국 기업인들과의 만찬을 했다. 만찬에는 팀 쿡 애플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알버트 보우라 CEO 등이 참석했다.
아시아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매튜스 아시아(Matthews Asia)의 투자 전략가 앤디 로스먼은 WSJ에 “시 주석이 중국 내 경영 환경에 대한 미국 재계의 우려를 해소하거나 국내 경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고위 임원은 “시 주석은 기업에 대한 양보나 중국 경제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힌트를 전혀 주지 않았다”면서 “그의 연설은 최고의 선전”이었다고 비꼬았다.
WSJ는 시 주석이 만찬에서 워싱턴 국립동물원에 임대했던 판다 3마리가 중국으로 돌아갈 때 미국인들이 아쉬워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판다 보호와 (판다를 보고 싶어하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희망을 충족시키고 양국 인민의 우호적 감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기업인들이 박수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그러나 시 주석의 협력 메시지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리스크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기업에 대한 갑작스러운 조사와 단속, 직원들에 대한 신변상의 불이익 사례가 이어지면서 우려가 고조하고 있다.
WSJ는 미국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시 주석의 발언이 같은 날 만찬에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발언과 대조를 이뤘다고도 꼬집었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중국과의 강력한 무역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보호해야 할 것은 보호하고 촉진할 것은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WSJ는 또 이번 만찬 행사에 중국 기업가들은 거의 없었고, 만찬 장소가 실리콘밸리와 가까웠음에도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를 포함한 미국의 기술 리더들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전날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양국은 협력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가 암초와 여울을 피하고 거친 바람과 파도를 헤치며 항로를 이탈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것은 양국이 적수인지 동반자인지가 근본 문제”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상대를 주요한 경쟁 상대나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간주하면 잘못된 정책과 잘못된 행동을 낳기 마련”이라며 “양국 관계는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 상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고 미국에 도전하거나 대체할 의사가 없으며 개방·발전하는 미국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미국도 중국의 내정을 간섭해서는 안 되고 평화·안정·번영의 중국을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중·미 관계 문은 닫힐 수 없다”며 “중·미 관계의 희망은 인민에 있고 기초는 민간에 있으며 미래는 청년에 있고 활력은 지방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미국 주지사와 의원들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고 미국 각계 인사들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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