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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혼인신고를 한 지 2년 만에 한 결혼식이었다. 결혼 준비를 시작했을 때는 아직 날씨는 쌀쌀했다. 동장군이 한창일 때 웨딩 촬영을 했고, 봄에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마침내 여름에 식을 올렸다. 시간이라는 것은 정말 빠르다. 과연 우리 결혼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는 한국 결혼식은 예식이 30분 정도로 진행되고, 끝나면 바로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결혼식 주인공이 되어 보니 30분도 아니고 그보다 더 순식간에 흘러간 것만 같다. 그래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와주셨고, “축하한다”, “예쁘다”, “둘이 잘 어울린다” 등 마음이 따뜻해지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사키이케 하루카 주부

하도 정신이 없다 보니 그날의 기억은 참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 그래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바로 아버지의 눈물. 내 아버지는 말수도 적고 무뚝뚝한 편이시다. 일이 바빠 쉬는 날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어렸을 때는 홀로 타지에서 일을 하셨던 터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나 학교 행사가 있으면 일과 일 사이에 잠시라도 억지로 시간을 내서 꼭 와주셨고, 멀리는 못 가도 일 년에 한 번은 함께 여행을 다녔다. 우리 가족은 그런 아버지를 항상 존경했고, 나도 아버지께 많은 배려와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일본에서는 친정 부모님만 오셨기 때문에 결혼식은 모두 한국어로 진행됐다. 한국어를 모르는 부모님을 위해 친구가 옆에서 살뜰히 통역을 해드렸다. 결혼식에는 양가 아버지의 축사가 있었다. 아버지께 미리 원고를 받아 한국어 자막을 영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축사 내용은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앞에 서서 축사를 읽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지금까지 아버지의 눈물을 본 적이 없는데…. 점점 걱정이 들었고, 아버지와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아버지의 눈에서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는 원래 이 결혼에 대해 반대를 하신다기보다는 걱정을 하셨다. 가까운 나라이고 아무리 딸이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딸을 해외로 보낸다는 것은 아버지로서 크나큰 걱정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걱정이 이번 결혼식에서 안심으로 바뀐 것 같았다. 한국에서 생긴 좋은 친구들, 남편 가족과 친구들을 보고 딸을 해외로 시집 보낸 것이 잘못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흔히들 ‘부모의 모습이 작아 보였다’고 말한다. 이번에 그 말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된 것 같다. 내 부모님은 또 몇 번이나 한국에 오실 수 있을까. 부모님 곁에서 직접 챙겨드릴 수는 없지만,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나게 해준 이번 결혼식. 이번에 느꼈던 감정과 봤던 것들을 잊지 않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국 생활을 하고자 한다.


사키이케 하루카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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