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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자식, 자퇴해”…호원초 교사 가해 학부모 자녀 대학에 대자보·직장 앞 근조화환까지

입력 : 2023-09-24 00:10:00 수정 : 2023-09-23 22: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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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폭로에 게시판 항의 빗발쳐…근조화환까지
농협 “유족에 깊은 사과” 학부모 대기발령 조치
22일 호원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근무 중인 서울 한 지역농협 입구에 근조화환이 배송된 모습. 김수연 기자

 

“보통 은행들이 청렴, 투명을 강조하잖아요. ‘윤리’를 최우선에 둔다고들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더 화가 난 거죠. 어린 선생님 적은 월급에서 돈 받아낸 사람이 우리 돈을 관리하겠다니까. 저도 몇십년째 주거래 은행이었는데 곱게 보이진 않아요.”

 

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재직하다 극단 선택으로 숨진 이영승 교사에게 악성민원을 이어간 학부모에 대한 신상이 빠르게 퍼지며 학부모가 근무하는 지역 농협에 항의 민원과 함께 근조 화환까지 배송됐다. 이 교사의 옛 제자이자 가해 학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학교에도 비난이 담긴 대자보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오후 해당 학생의 어머니인 A씨가 근무하는 서울의 한 지역농협 입구에는 세 개의 근조화환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근조화환에는 ‘동료 교사’, ‘선생님 돈 뜯고 죽인 살인자’, ‘30년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 합니다’, ‘은행장님 좋은 사람들과 일하십시오’ 등의 글이 적혔다. ‘담임교사 죽게 만든 XXX 파면하라’ 등 손글씨가 적힌 종이도 놓여있었다.

 

‘50*8’이라 적힌 포스트잇도 붙어있었는데, A씨가 이 교사에게 자녀의 치료비 명목으로 400만원을 받아낸 이른바 ‘페트병 사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페트병 사건은 이 교사가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는 일로 몇 년간 배상 요구에 시달린 사건이다.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을 두차례 지급받았는데도 2차 수술 등을 이유로 이 교사에 계속 연락을 취했고, 학교 측은 휴직 후 군 복무 중인 교사에게 문제를 일임했다. 결국 이 교사는 학부모의 지속적 연락과 민원에 사망 전까지 사비로 매월 50만원씩 8회 총 4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이체했다.

22일 호원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근무 중인 서울 한 지역농협 입구에 근조화환과 함께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김수연 기자

 

농협 앞에 놓인 거대 근조화환에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수군거리기 바쁜 모습이었다. 몇 년째 해당 농협이 주거래 은행이었다는 최모씨는 “무리한 신상 공개는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면서도 “화환을 보낸 이들의 마음이 이해는 간다. 저도 숨진 교사와 비슷한 나이대의 자식이 있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온라인을 통해 이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자녀로 추정되는 인물 사진, 직장 정보 등이 빠르게 퍼지며 해당 학부모의 직장으로 지목된 농협에도 해명 요구가 이어진 바 있다. 농협 게시판에도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해당 농협에도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의 항의 민원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에 이날 농협 측은 부지점장으로 근무 중인 A씨를 대기발령 및 직권 정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감봉 조치 등 징계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해당 지역 농협 측은 결국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올렸다. 이 지역농협은 “돌아가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 당사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본 사항에 대해 절차에 의거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며 “임직원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직원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번 고인의 가족, 동료 선생님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A씨의 아들 B씨가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대학교 앞에 등장한 대자보.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A씨의 아들로 추정되는 학생 B씨의 얼굴을 찍은 사진과 현재 재학 중인 대학교 등 신상정보도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B씨가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학교 앞에는 항의의 뜻을 담은 대자보가 게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의문에는 B씨를 향해 “학교에 먹칠하지 말고 자퇴하라”, “악녀의 자식” 등 비난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은 현재 삭제됐으며, 신상을 공개한 인스타그램 계정도 현재는 비공개 상태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A씨의 치료비 강요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이문수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지난 21일 경기도교육청 감사에서 A씨의 업무방해 혐의가 상당히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 측은 이 교사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A씨를 비롯해 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도교육청은 이 교사가 이처럼 악성 민원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의 사망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호원초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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