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잿더미가 된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마을의 반얀트리(벵골보리수)에서 한 달여 만에 새 잎이 돋아났다. 이 나뭇잎은 말 그대로 ‘희망의 새싹’이 되어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하와이 토지·자연자원부(DLNR)에 따르면 라하이나에 있는 150여년 수령의 반얀트리에 한 무리의 초록빛 새 잎사귀들이 돋아났다.
하와이 DLNR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지난 13일 반얀트리의 새잎을 찍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나무를 살리기 위해 시간과 전문지식을 쏟아부은 자원봉사 수목 전문가들은 이것을 장기적인 회복으로 가는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전했다.
지난 한 달여간 이 나무를 정성스럽게 돌봐온 조경업자 크리스 이몬티는 “나뭇가지에 처음으로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했을 때 정말, 정말 흥분했다”며 “많은 지역 주민에게 이 나무의 재성장은 희망을 상징한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 반얀트리는 1873년 라하이나의 개신교 선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인도에서 들여와 심은 나무다. 처음에 심을 당시에는 키가 2.4m 정도였지만, 15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18m가 넘는 크기로 자랐고 사방으로 넓게 가지를 뻗어 큰 그늘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지난달 8일 발생한 화재로 나뭇잎들이 모두 타고 가지가 까맣게 그을러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지역의 수목 전문가들이 모여 매일 5000∼1만갤런(약 1만9000∼3만8000L)의 물을 주고 퇴비를 뿌리는 등 대대적인 지원 작업을 한 달여간 벌였다. 토양을 재생시키기 위해 땅을 파쇄하고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게 돕기도 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수목관리사 스티브 님스는 “새 잎이 나온다고 해서 나무가 완전히 살아났다는 뜻은 아니며, 나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 나무가 허리케인과 화재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낙관적”이라며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마우이섬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해변 마을 라하이나를 덮쳐 최소 9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때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고 오랫동안 관광 명소로 사랑받아온 이 지역은 하루아침에 온통 잿더미가 됐고, 1830년대 주택인 볼드윈 홈 박물관 등 역사적 가치가 큰 건물들도 불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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