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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이요? 또 갈라치기 하는거죠”…‘학생동원’ 의혹, 예비 간호사들 울분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3-05-20 08:11:40 수정 : 2023-05-20 08: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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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 광화문서 규탄대회…간호법 거부에 정부 여당에 비판 발언 쏟아내
‘업무 외 의료행위 거부’ 준법투쟁
규탄대회, 세종대로 6개 차로 가득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을 비롯한 협회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에서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동원됐다니요. 당연히 자발적으로 참석했죠. 또 갈라치가하는 거죠”

 

19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대한간호협회(간협) 주최로 열린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에 참석한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 울분을 쏟아냈다.

 

이날 서울 광화문 도로 한켠에는 간호사들이 하늘색 바탕의 손팻말을 꼭 쥔 채 빼곡히 들어찼다. 전국 시·도 간호사회와 각 지역 병원, 간호대 학생들까지 자리에 참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 앞까지 이어진 세종대로 6개 차로를 가득 채웠다. 규탄대회에는 간호사 10만 명(간협 자체 집계)이 참석한 가운데 간호사들은 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단상에 오른 강류교 보건교사회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는 보건교사에게도 가슴에 비수 꽂힌 듯 아프다”며 “현행 의료법으로는 간호교사가 학생들에게 해 줄 처치가 없다. 간호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이어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겠다는 대통령 약속은 공허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며 “이제 다시 국회의 시간이 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소신껏 투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역 간호장교(중령) 출신 김영이씨는 “간호사들은 순진하게 여야 국회의원이 간호법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었다”며 “하지만 간호법은 흑백논리로 인해 반쪽짜리 법안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호사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눈물도 아깝다”며 “지금은 이렇게 핍박을 받고 있지만, 결국 환자 옆에서 고통과 아픔을 함께하는 의료인은 간호사다. 어려울 때일수록 현명함과 단결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동현 청년간호사는 “간호사는 매일 사람이 죽고 사는 전쟁터에 살고 있다. 정식 출근시간보다 1~2시간 일찍 출근해 연장 근로까지 감수했다”며 “언제 환자가 찾을지 몰라 화장실조차 제대로 가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대리처방을 하고 환자를 이송하고 수액을 믹스하는 등 간호사 업무는 엄청나게 많다”며 “출근하는 것조차 매일 두려울 정도로 매일 12시간씩 일했다. 그런데 간호법이 거부되자 회의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준용 KnA 차세대 간호리더 박준용 회장(대학생)은 “(대통령) 거부권 이후 (간호사들이) 쥐처럼 조용히 지낼 것이란 생각은 착각”이라며 “우리의 의지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이 우리를 송두리째 바꿨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우리의 미래는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앞서 교육부가 간호법 거부권 규탄대회를 앞두고 전국 주요 간호대를 상대로 학생 동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통상적 민원 확인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18일 오후 출입기자단에 대변인실 명의 문자를 보내 “민원에 대한 사실 확인 차원에서 어제(17일) 대학에 전화한 사실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당 민원은 강원 지역 모 대학에서 제기된 것으로, 학교가 전교생의 집회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전해졌다. 집회 참석 시 봉사 시간으로 인정하는 등 대학 측이 편의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한편 간호협회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사 업무 외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큐알(QR) 코드로 ‘불법의료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불법진료 센터’도 구축했다.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전날 신고센터를 개시하자마자 신고가 폭주해 약 1시간 30분만에 서버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협회 관계자는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집단행동으로 국민건강 위협의 장기화를 선언한 간호협회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도 “직역간 합리적 업무분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간호협회의 준법투쟁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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