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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욕망 주셨으면 재능도 함께 주셨어야죠”

입력 : 2023-03-19 21:09:07 수정 : 2023-03-19 23: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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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마데우스’

고뇌에 찬 ‘노력파’ 살리에리 이야기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시기 끝에 자멸
신에 대한 원망·드라마틱한 감정 표현
모차르트 대표곡 깔려 몰입도 높아

“신이시여, (음악에 대한) 욕망을 갖게 하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아마데우스’에서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는 신을 원망하며 이렇게 절규한다. 오스트리아 황제의 궁정악장이란 최고 지위와 명예조차 보잘것없게 만들어버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천재성에 주눅 든 살리에리. 급기야 모차르트를 향한 시기와 질투로 비윤리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다 자멸하고 만다. 연극은 말년에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한 살리에리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이후 150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살리에리는 대부분 장면에 등장해 극을 이끌어간다. 그의 시선을 통해 관객은 모차르트가 왜 위대한 천재 음악가였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는지, 그의 고뇌와 좌절을 통해 아무리 노력해도 넘어서지 못하는 벽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초라해지는지를 곱씹게 된다.

연극 ‘아마데우스’ 공연의 한 장면. 이 작품은 궁정악장 살리에리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향한 시기와 질투로 비윤리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다 자멸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PAGE1 제공

실존 인물을 다루지만 이야기의 중심 자체는 허구다. 여러 기록에 따르면, 당대 음악 거장으로 요제프 2세 황제가 총애했던 살리에리는 남부러울 게 없었고, 재능이 뛰어난 후배 음악가 모차르트를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016년엔 체코 음악박물관 수장고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작곡한 악보가 발견된 바 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죽은 후 그 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다. 또 체르니와 리스트 등 뛰어난 젊은 음악가들에게 무료 레슨을 해줬고, 살리에리에게서 작곡을 배운 베토벤은 그를 높이 평가하며 ‘바이올린 소나타’를 헌정했다고 한다. 여러모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고 보기 힘든 셈이다. 그럼에도 그가 ‘모차르트 독살범’이란 오명을 쓰게 된 건 훗날 상상력으로 비튼 연극과 영화 때문이다.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모차르트 사후 풍문으로 돌았던 독살설에 착안, 짧은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1831)에서 둘을 라이벌 관계로 설정했다. 이후 영국의 유명 극작가 피터 섀퍼가 푸시킨 희곡을 바탕으로 쓴 ‘아마데우스’가 1979년 초연됐고, 밀로시 포르만 감독이 이를 1984년 영화로 만들며 큰 인기를 얻었다. 연극은 1981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연출상 등 5개 부문을, 영화는 198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을 각각 휩쓸었다. 특히 영화의 세계적 인기는 살리에리가 진짜 모차르트를 독살한 것처럼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고, 이후 ‘살리에리 증후군(자신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시기·질투하는 것)’이란 말까지 생겼다.

연극 역시 영화와 마찬가지로 비중이 큰 살리에리 역 배우의 연기력과 에너지가 특히 중요하다. 국내 세 번째 시즌인 이번 무대에는 김재범, 차지연, 김종구, 문유강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극을 이끄는 살리에리를 맡아 모차르트에 대한 경외와 질투, 그로 인한 번민과 신을 향한 원망까지 드라마틱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전성우, 이재균, 최우혁이 천진난만한 천재 작곡가로 살다 비극적 상황에 몰려 광기를 내뿜는 모차르트로 열연한다.

‘레퀴엠’ 등 모차르트 대표곡이 장면과 상황에 맞게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 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막이 내리면 영화 ‘아마데우스’를 다시 찾아보거나 모차르트의 주옥 같은 음악들을 듣고 싶어진다. 공연은 4월11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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