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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교단 선 이철우…칠곡 할머니들과 ‘마지막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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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5 14:45:25 수정 : 2023-01-25 14: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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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행복대학 이름으로 졸업장 전달

칠곡할매글꼴로 관심을 모은 칠곡 할머니들이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수업에 참석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학교에 다니지 못한 할머니들과 40여년 만에 교사로 돌아와 분필을 잡은 이 도지사의 ‘마지막 수업’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25일 경북도청 미래창고에서 추유을·이원순·권안자·김영분 할머니가 이철우 도지사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이 도지사는 25일 경북도청 미래창고에서 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인 추유을(89)·이원순(86)·권안자(79)·김영분(77) 할머니를 초청해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 할머니들은 수업을 위해 교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다만 요양원에서 치료 중인 이종희(91) 할머니는 당일 아침 건강 악화로 함께하지 못했다.

 

반장을 맡은 김영분 할머니의 구호에 맞춘 할머니들의 인사로 수업은 시작됐다. 그러자 이 도지사는 큰절로 화답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1978년부터 1985년까지 7년간 교편을 잡은 수학 교사 출신이다.

 

이 도지사는 할머니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가족과 대한민국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할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수업에 언급됐던 단어를 할머니들에게 불러주며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게 하고, 빨간 색연필로 직접 점수를 매겼다. 도가 운영하는 경북도민행복대학 이름으로 할머니들에게 졸업장도 전달했다.

 

김영분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때론 부모님을 일찍 여의거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면서 “수업을 통해 마음에 억눌려 있던 한을 조금이나마 푼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25일 경북도청 미래창고에서 추유을·이원순·권안자·김영분 할머니가 이철우 도지사의 수업에 참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이 도지사는 “칠곡 할머니의 글씨를 처음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며 “배움에는 끝이 없다. 마지막 수업이 되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잘해주실 것”을 당부했다. 또 “어르신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계승·발전시켜 평생 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칠곡할매글꼴은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일흔이 넘어 한글을 깨친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넉 달 동안 종이 2000장에 수없이 연습한 끝에 2020년 12월에 제작된 글씨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은 물론 한컴과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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