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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돌며 전동차에 낙서 20대 미국인… 국제단체 소속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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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19 15:19:32 수정 : 2023-01-19 15: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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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4일 인천시 남동구 한 지하철 차량기지. 당일 오전 3시쯤 외국인 2명이 전동차에 ‘그라피티’(graffiti)를 그리고 달아났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이 남긴 가로 2m, 세로 1m 크기로 ‘WORD’라는 알파벳 글자를 발견했다.

 

경찰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살펴보니 그림의 윤곽을 잡고. 색을 바꿔가며 덧칠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가량이었다. 이후 태연히 사진까지 찍었다. 이들은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쳤고 철로 주변으로 고압 전류가 끊기는 심야 시간대 보안시설에 몰래 들어가면서 울타리와 철조망도 절단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저지른 외국인 남성 2명 중 주범 미국인 A(27)씨가 해외에서 검거돼 전날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그는 지난해 9월 14∼24일 전국 9곳의 지하철 차량기지에 침입해 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RACE’, ‘PLAY’, ‘RIDE’라는 영어 단어를 그린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인천지하철 운영사의 신고를 받고 수사전담팀을 꾸렸으며, 이동 경로 CCTV를 확인하면서 탐문 수사를 벌였다. 이 시기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범행이 있었고, 그라피티 모양이나 침입 수법 등이 유사한 점을 감안해 같은 일당으로 보고 용의자를 쫓았다.

 

경찰은 당시 이들에 대해 국제적 유명 그라피티 단체 ‘레일 군스’(Rail Goons) 소속으로 추정했다. 그해 5월 인도에서도 지하철에 그라피티가 그려진 사건이 있었는 데, 이번 ‘열차 낙서’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러 접근이 어려운 곳을 찾아다녔고, 남긴 그림을 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같은 달 8일 입국해 약 2주간 전국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체포영장 발부와 함께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국제 공조 수사를 벌였다. 적색수배가 이뤄지면 전 세계 공항·항만에 인적 사항과 범죄 혐의가 등록된다. 즉 항공기나 선박으로 움직일 때 소재가 파악된다.

 

그렇게 인천을 포함해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9곳의 범죄 행각이 추가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11월 12일 루마니아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공범인 이탈리아인 B(28)씨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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