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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카타르 월드컵과 부패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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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13 22:53:06 수정 : 2022-12-13 22: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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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세계화라고 한다면 축구보다 앞서서 세계화를 이끈 기구나 조직은 찾기 힘들다. 축구는 1990년대부터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데 성공했다. 축구클럽들의 외국인 선수 제한이 풀리고 유럽 빅리그 클럽들이 글로벌 자본에 매각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선수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클럽들의 기량이 향상되면서 세계 축구 수준은 상승했다. 국가 간 격차도 좁혀졌다.

하지만 클럽 간 성과나 자본력 차이 등 불평등은 오히려 커졌다. 미국 경제학자 프랑코 밀라노비치는 ‘세계화와 골, 축구가 길을 보여주는가’라는 논문에서 ‘축구의 세계화는 곧 불평등성의 강화’라는 점을 규명했다. 세계화가 모든 계층에게 약속한 부와 번영을 안겨주지 못했듯 축구 역시 빅 클럽과 중소 클럽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는 얘기다.

축구의 세계화는 어두운 그늘도 만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러시아는 크름반도를 침공하고 성소수자를 탄압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경기장을 짓느라 원주민 토지를 빼앗고 수만 명을 이주시켰다. 뒷돈 거래로 개최지에 선정되고 빈곤층을 슬럼가로 강제 이주시킨 2010년 남아공은 또 어떤가. 지구촌 축제 월드컵 축구의 얼룩진 이면이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카타르는 2022 월드컵 개최지 선정 이후 총 2290억달러(약 300조원)를 투자해 월드컵을 통한 글로벌 국가로의 체질 개선을 노렸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화의 이름값을 하기보다는 부작용을 양산했다. 그것도 ‘최악’이란 수식어가 달린 채.

카타르 월드컵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탄압과 성소수자 차별, 여기에 빽빽한 경기 일정으로 선수들 부상이 속출했다. 넷플릭스는 다큐 ‘FIFA(국제축구연맹) 언커버드’를 통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를 둘러싼 은밀한 커넥션과 부패를 폭로했다. 그렇게 개막 전부터 시끄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11일 현직 유럽의회 부의장 등 4명이 카타르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벨기에 검찰에 기소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타르가 “근거 없는 의혹”이라며 반박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싶다. 카타르 월드컵, 세계인이 한마음으로 즐기기엔 여러 오점을 남겼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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