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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손흥민이 달린다. 세 명의 포르투갈 수비수가 달려왔지만 그의 무서운 질주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멈춰 섰다. 찰나의 순간 골의 방향을 잡은 그는 황희찬에게 패스했고 곧바로 환희의 골로 이어졌다. 2대 1 승리는 기적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우리는 보았다. 피나는 연습, 선수들 서로에 대한 믿음, 꼭 이겨야겠다는 간절한 염원, 그리고 뜨거운 애국심 모든 게 아우러져 눈부신 기적을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삶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란 없는 듯이 사는 것, 또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듯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순간 간절함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기적을 만든다. 중견 탤런트 A는 젊은 날 뜨겁게 무대를 갈망했지만 늘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삶의 의욕이 푹 꺾이면서 죽고 싶었던 그는 마지막으로 고향 집을 찾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당 구석에 잔뜩 쌓아놓은 다양한 모양의 돌이 불쑥 눈에 들어왔다.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고향 집에 왔을 때 따뜻하고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게 단단한 돌집을 지으려고 모아 놓은 돌이었다. 평소 무뚝뚝해서 표현을 할 줄 몰랐던 아버지의 사랑이 거기 있었다. 그는 그 돌로 집을 짓기 시작했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작은 집을 완성했다. 그는 자신이 지은 집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기로 했고 결국 원하던 무대에 설 수 있었다.

한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던 의사는 깜짝 놀랐다. 환자가 숨을 쉬지 않아 사망 선고를 하려는 순간, 다시 경미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은 것이다. 바로 그때 한 여자가 병실로 뛰어 들어왔다. 미국 유학 중인 막내딸이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늦게 도착한 것이다. 그녀는 엄마 손을 잡고 울기 시작했다. 그때 환자의 눈에서 희미하게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숨을 거두었다. 막내딸을 기다린 어머니, 간절함은 기적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애용한다. 형편이 어려울수록 어머니는 더 강해진다.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쳐야 하니 강하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은 대부분 효심이 깊다. 나는 대학에서 1학년 신입생을 처음 만날 때마다 ‘어머니’라는 주제로 에세이 한 편을 써오라고 한다. 글솜씨뿐 아니라 가정 형편과 심성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꼭 성공해서 어머니를 편히 모시고 싶다.’ 그 간절함이 성공을 부른다.

올 한 해 우리는 참으로 힘들었다. 마스크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경제도 나쁘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희망을 버리지 않고 묵묵히 앞을 향해 걷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12월이 가기 전 이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다. “사랑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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