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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서방 빈틈 노려 ‘중동 밀착’… 경제 안보·정치 우군 챙기기

입력 : 2022-12-11 19:00:00 수정 : 2022-12-11 2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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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페트로 위안’ 체제 가속

걸프 정상들에 “위안화 원유 결제” 제안
‘달러 패권’ 도전… 산유국 허용은 미지수

사우디, 원유 선물거래 허용 고려
양국 38조원 규모 경협 체결도

걸프협력회의와 가스개발 등 협력
對中 에너지 제약 우회 통로 확보

아랍국들 “대만 독립 반대” 지지
연쇄회담 통해 ‘일국양제’ 재확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걸프지역 아랍 국가 지도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석유 및 가스 수입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시행할 뜻을 밝히며 달러 패권에 맞서 ‘페트로 위안’(석유·가스의 위안화 결제) 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11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사우디·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참여) 국가로부터 석유 및 가스 무역에 대해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왼쪽)이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운데 오른쪽)에게 환영받고 있다. 리야드=AP연합뉴스

시 주석이 이 대목에서 ‘상하이 석유·가스 거래소’를 위안화 결제의 플랫폼으로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멀어지는 등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위안화 결제 카드를 꺼낸 것은 ‘글로벌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어서 상징성이 크다. 특히 석유 및 가스 수입에 대한 위안화 결제는 미국 등 서방이 중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제약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회할 통로가 될 수 있다.

 

사우디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과 협의 중이라는 보도도 지난 3월 나온 바 있다.

 

사우디가 대중 수출분의 위안화 결제 허용은 물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인 ‘페트로위안’ 허용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이른바 ‘페트로달러’(석유·가스의 달러 결제)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에도 영향을 미쳐 ‘달러 패권’이 흔들릴 수 있다.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실제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지를 놓고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수출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고, 미국이 개입해 이런 구상을 불발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는 자국 리얄화를 달러에 연동시킨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경제 시스템이 영향받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산 수입품 대금에 대한 직접 지불을 위해 소규모 석유 수출분에 대해 위안화를 받는 것은 납득이 되지만, 전면적 위안화 결제에 대해서는 “아직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GCC국가들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석유 및 가스 개발, 청정 저탄소 에너지 기술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도 강조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충돌 등 극단적 상황 발생 시 미국 등 서방이 제재하더라도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다지는 데 공을 들인 셈이다.

 

시 주석은 7∼9일 사우디를 방문해 중동 및 아프리카의 산유국 등을 중심으로 양자와 다자 회담을 통해 경제·안보상의 실리를 챙기며 우군 만들기에 나선 뒤 귀국했다.

中·GCC국가 정상 기념촬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네 번째)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서 참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미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 시 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파드 빈 마무드 알사이드 오만 부총리, 셰이크 하마드 빈 모하메드 알 샤르키 아랍에미리트(UAE) 연방최고위원회 위원, 나예프 팔라 알하즈라프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 리야드=신화연합뉴스

중국은 9일 열린 중국-아랍 정상회의에서는 핵심 이익으로 삼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동조세를 규합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아랍 정상회의 결과물인 리야드선언에 따르면 아랍 국가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의 확고한 준수와 대만 독립 반대를 확인하는 한편 일국양제 위반 논란이 제기된 홍콩 문제에서도 중국을 철저히 지지했다. 시 주석의 어젠다인 글로벌개발이니셔티브(GDI)와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긍정적 평가도 담겼다.

 

대신 시 주석은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 내정불간섭, 개도국의 정당한 권익 수호 등을 강조하며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 유엔 정식 회원국 가입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 참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야드=신화연합뉴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의 관계도 한층 더 강화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사우디는 그린 수소·태양광·건설·정보통신·클라우드·의료·교통·건설 등 분야에 걸쳐 총액 1100억리얄(약 38조6000억원) 규모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사우디에 클라우드 및 초고속인터넷 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이 협정에 포함됐다. 또 양측은 격년제로 양국을 오가며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고, 양국 고위급 공동위원회를 총리급으로 격상키로 하는 등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강화했다.

 

한편 중국이 최근 수산물에 이어 일부 대만산 주류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미국이 최근 4억2800만달러(약 5600억원) 상당 전투기 부품의 대만 수출을 승인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대만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보인다. 11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은 등록 정보가 완전치 않다는 이유로 진먼고량, 타이완맥주 등 일부 대만산 주류와 음료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대만은 “중국은 행정 등록 수단을 활용해 무역 행위에 대해 간섭하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WTO 제소를 검토키로 했다. 앞서 대만 100여개 수산물 업체들이 신청한 오징어, 꽁치 등의 중국 수출이 중단됐다고 대만 매체들이 9일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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