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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는 흔히 종이로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착각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걸 감안해 일반 종이보다 유연하면서도 질겨 최대 5000번 이상을 접었다 펴더라도 잘 찢어지지 않는 특성을 갖는 목화섬유로 만든다. 인쇄가 쉽고 홀로그램 등 특수 인쇄도 가능한 게 장점이다. 이런 지폐에도 ‘유통수명’이라는 게 있다. 한국은행이 신권을 발행한 후 유통하다가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돼 폐기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지폐의 수명은 사람의 손을 얼마나 거치는지와 자체 내구성, 사용 습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은행권 유통 수명 추정결과’에 따르면 5만원권 유통수명은 181개월(15년1개월)로 1년 전보다 3개월 늘었다. 1만원권과 1000원권도 각각 4개월, 9개월 늘어난 135개월, 70개월로 파악됐다. 5000원권은 63개월로 1년 전과 같았다. 저액권이 고액권보다 사용 빈도가 많아 수명이 짧은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폐의 유통수명이 늘어난 건 다른 이유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하면서 등장한 ‘현금 없는 사회’가 그것이다. ‘현금에 대한 애도(An elegy for cash)’라는 표현까지 나올 만큼 지폐 사용도는 낮아졌다. 국내 현금 결제 비중은 20%를 밑돈 지 오래다.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데다 ‘○○페이’로 대변되는 비현금 지급 수단과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거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폐의 수요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결제 수단이다. 2020년 한 해 폐기된 지폐가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다만 새로 돈을 찍어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지폐 한 장을 만들 때 5만원권은 약 200원, 1만원·5000원·1000원권은 대략 100원 정도 들어간다. 새 화폐를 만드는 데 연간 1100억원(2017∼2021년 평균)이 든다고 한다. 한은이 수시로 ‘돈 깨끗이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화폐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폐기되는 은행권을 보충하고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수요 충족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지만 국민들이 지폐를 소중히 여기는 생활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불필요한 세금 지출을 막고 환경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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