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내 눈이 연쇄살인마에게 이식됐다면…

동명 웹툰 원작 ‘커넥트’

한국 드라마 최초 日 감독이 연출
정해인·고경표 열연… 스릴감 최고

낮에는 인파와 상인들로 북적였을 좁다란 골목들. 불이 꺼지고 다른 세상이 된 이곳을 하동수(정해인 분)가 걸어간다. 느닷없이 장기밀매조직에 납치된 동수는 몸이 절단되고, 안구가 적출된다. 그러나 장기가 훤히 보일 만큼 벌려진 몸속에서 시뻘건 수십 개의 촉수가 뻗어 나오더니 빠른 속도로 엉겨 붙는다. 촉수가 연결되면서 동수 몸은 이내 상처 하나 없던 매끈한 원래 상태로 회복된다.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몸을 가진 신인류 ‘커넥트’다.

정해인(왼쪽), 고경표

동수 눈을 이식받은 이는 연쇄살인마 오진섭(고경표). 두 사람의 서사는 서로 시각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겹쳐진다. 동수는 살인을 막기 위해 진섭을 쫓지만 멀끔한 차림으로 회사에 다니는 진섭 대신 살인마로 오해받아 경찰 추격을 당한다. 동시에 동수가 죽지 않는 몸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기밀매 조직은 그를 쫓는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디즈니플러스 ‘커넥트’는 우리나라 드라마 중 최초로 일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온갖 하위문화 요소를 두루 갖춘 환상 장면, 신랄한 유머를 가미한 신체 훼손, 극단적 폭력 등 장르를 뒤섞은 독창적 스타일로 컬트 팬을 양산한 미이케 다카시(사진) 감독이다. ‘착신아리(2003)’를 비롯해 ‘악의 교전(2012)’, ‘퍼스트 러브(2020)’ 등 전작처럼 미이케 감독은 이번에도 강렬한 장면들로 보는 이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호흡이 빠른 한국 웹툰과 미이케 감독 상상력이 만나 원작 서사가 한 단계 나아갔다. 최근 국내 언론과 만난 미이케 감독은 “원작 배경은 심플하고 스크롤을 쭉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처음 접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심플한 웹툰 화면 자체가 각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다양한 상상이 가능했고, 이걸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이미지가 많이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드라마에 추가한 요소 중 하나는 음악이다. 1화 첫 장면에서 정해인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극 중 Z(양동근)가 한 번 편곡하고, 노래를 작사·작곡한 선우정아 오리지널 버전으로도 변주된다. 이 곡은 극 긴장감을 이완하는 것 외에도 동수와 진섭 두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미이케 감독은 일본에서 영화 수십 편을 내놓은 베테랑 감독이지만, 한국 배우들, 한국 제작진과 함께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어가 다른 감독과 배우가 만났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한국어 대사의 미묘한 뉘앙스나 억양이 감독 의도를 빗나가지 않도록 대본 번역과 검수를 여러 차례 하고, 현장에서는 한국 스태프와 의견 교환을 활발히 한 덕분이다. 미이케 감독은 “일본 영화계에서도 내가 한국 제작사와 작업하고 OTT인 디즈니플러스에 작품을 스트리밍하는 걸 보고 ‘이게 무슨 일’이냐는 분위기”라며 “나를 이 드라마에 맞게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스태프, 배우와 함께하면서 벌어질 화학반응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