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유리하면 전투기, 불리하면 미사일…우리가 알던 전쟁, 방법이 바뀐다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22-11-27 06:00:00 수정 : 2022-11-27 09:20: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91년 제1차 걸프전 이후 20여년 동안 우리가 알았던 전쟁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첨단 무기를 갖춘 전투기와 공격헬기들이 대거 투입돼 공습을 감행하고, 지상군이 적지를 쾌속 진격해 전쟁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현대전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전쟁에서 확고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한 채 장기전을 벌이고 있다. 전투기나 공격헬기보다는 미사일이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미군 병사가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스팅어는 우크라이나에 대량 공급돼 성능을 입증했다. 미 국방부 제공

북한을 압도하는 항공전력을 확보했다고 평가받는 한국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리하면 미사일 쏜다…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

 

전쟁 초기 러시아군은 압도적인 전력을 믿고 우크라이나를 공습했다. 러시아는 공군 전투기와 폭격기 등을 투입해 수도 키이우 등을 폭격했고, 우크라이나군 시설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대공미사일 등을 분산시켜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했다. 특히 러시아군 헬기나 전투기의 예상 비행경로에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매복시켜 저고도로 비행하는 다수의 러시아 군용기를 격추했다. 

 

스타링크 등으로 인터넷 연결이 지속되면서 실시간 지휘통제가 가능해졌고, 전쟁 전부터 분권화된 지휘체계를 훈련했던 것이 맞물려 시너지가 커졌다는 평가다.

 

러시아 전투기와 공격헬기 위협을 저지한 우크라이나군은 주요 도로 곳곳에 매복, 대전차미사일로 러시아 기갑부대를 기습했다.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이 전쟁 초기 국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대표적인 미사일이 미국산 스팅어다. 1978년부터 생산된 스팅어는 8㎞ 거리에서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다. 1980년대 옛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 옛소련 헬기를 다수 격추했지만, 냉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분쟁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미 공군이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육군은 스팅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헬기, 미사일 등을 다수 파괴, 성능을 입증했다. 

 

폴란드산 피오른 미사일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산 이글라 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발한 그롬 미사일을 현대화한 것으로 2018년부터 폴란드군에 납품됐다. 4~6㎞ 거리에서 드론 등을 격추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폴란드는 피오른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했으며,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최근 에스토니아가 300발을 주문하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흑해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해군 호위함에서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997년부터 생산됐던 영국산 스타스트릭 미사일도 우크라이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레이저 유도 자탄 3개가 발사돼 적기를 파괴하는데, 섬광탄이나 전자전도 무력화한다. 탐지에서 발사까지 걸리는 시간이 5초에 불과하다.

 

공군력이 예상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헤르손을 내주는 등 전황이 불리해지자 러시아는 흑해와 본토 등에서 미사일을 쏘면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타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전환했다.

 

지난 23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 전국적인 정전이 빚어졌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 하루 70발 가량의 미사일이 쏟아졌다. 이는 러시아의 테러 방식”이라며 “모두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것이었으며 병원, 학교, 교통, 주거지역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을 탈환한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산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와 더불어 헬기, 전투기가 지상공격에 투입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하루 5~10소티 정도로 매우 제한적인 수준의 공중전 임무만 수행했으나, 최근에는 지상공격을 진행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온라인에 공개하는 영상에 따르면, 헬기는 초저공비행으로 목표지점에 접근, 로켓탄을 퍼붓고 신속하게 이탈한다. 전투기도 지상에서 세부 형상이 보일 정도로 낮게 난다. 러시아군 방공망을 피하면서 공습을 감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산 이글라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하늘로 겨냥한 채 경계를 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반도에서도 일어날 가능성 높아…대비 필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격된 양상은 한반도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군은 미군과 더불어 북한을 압도할 정도의 항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지닌 F-35A, 장거리 공격력을 자랑하는 F-15K, 지상군 지원이 가능한 KF-16과 FA-50을 운용중이다. 육군도 AH-64E 공격헬기와 국산 소형무장헬기(LAH), 수리온 수송헬기 등을 갖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이 공군력을 앞세워 북한에 맞설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인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로 대응하면, 상황은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부의장(오른쪽 두번째)이 모스크바 쿠빙카에서 전술미사일들을 살펴보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통신

북한은 냉전 시절부터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운용해왔다. 1980년대는 옛소련산 스트렐라 미사일을 복제했으며, 1990년대부터 러시아산 이글라 미사일을 토대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만들었다. 북한에서는 ‘화승총’으로 불린다.

 

1994년 12월 주한미군 OH-58 헬기가 강원 원통군 군사분계선(MDL) 북쪽에서 북한군에 격추됐을 때, 북한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훈련에서 화승총 미사일 발사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2017년 4월 태양절 제105주년 열병식에서는 화승총 미사일 2기를 장착한 천마호 전차가 등장했다. 한미 연합군 AH-64E 등의 위협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성능이 드러난 것은 2010년대 중반이다. 북한은 중동 무장조직에 무기를 2000년대부터 몰래 판매했는데, 2017년 HT-16PGJ라는 이름을 지닌 북한산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이 쿠르드계 무장조직 은신처에서 발견됐다.

 

그 전부터 이슬람국가(IS) 등에서 쓰이는 사진이 공개됐지만, 실제 장비가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공습 직후 파괴된 자동차를 살피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HT-16PGJ는 무게 11㎏, 최대 사거리 5~6㎞다. 적외선 탐색기를 갖추고 있으며, 이글라와 비슷하지만 배터리 위치 등이 다르다.

 

북한군은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처럼 매복 공격을 감행한다면, 한국군 헬기나 전투기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지상군 근접항공지원 약화로 이어진다.

 

공중지원이 취약해진 지상군이 북한 내륙 지역에서 순조롭게 진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위협에 맞설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슬람 무장대원이 북한산 HT-16PGJ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들고 있다. 트위터 캡쳐

이와 관련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1월 지대공미사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ADD는 “국내 개발했던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DIRCM)의 항공기 적용가능성을 비행시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는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이 항공기의 열을 추적하는 것을 이용해 항공기를 지킨다.

 

미사일경보장치가 미사일을 탐지해 공격 방향을 알리면,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는 신속하게 미사일을 추적하고 레이저빔을 발사한다.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의 앞부분에 있는 탐색기에 레이저빔이 명중하면, 미사일은 항공기를 추적할 수 없다. 

 

북한군이 화승총 미사일을 갖고 있어도 한국군 헬기나 전투기가 격추될 위험은 낮아진다. 레이저 출력을 높이면 대형 군용기에도 쓰일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DIRCM) 관련 기술 개념도. ADD 제공

ADD는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를 세계에서 6번째로 독자 개발, 한화시스템과 함께 2020∼2021년 최초운용시험평가를 진행했다. 헬기를 활용한 비행시험에서 미사일경보장치와 연동한 장비의 성능을 확인했다.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를 국내 개발하면,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를 비롯한 국산 군용기의 생존성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산 UH-60과 AH-64E 등에 국산 장비를 탑재하는 것은 기술적, 정치적 문제가 있는 만큼 해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유, 수줍은 미소
  • 아이유, 수줍은 미소
  • 빌리 츠키 '너무 사랑스러워'
  • 빌리 하루나 '성숙한 막내'
  • 차주영 '매력적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