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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의…'라고 말하기 전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

입력 : 2022-09-20 17:15:34 수정 : 2022-09-20 17: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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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문학과 한문문학, 구비문학과 기록문학 아울러
우리 문화의 '원형' 탐색… 새로운 창조 가능성 발견
강원도의 한 민속축제에서 지역 주민들이 상여를 들고 외나무다리를 통과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은 고대부터 문학작품의 단골 소재 또는 주제가 돼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이강엽/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2만2000원

 

올가을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이 입고 뛸 유니폼이 공개됐다. 제작사 측은 “도깨비와 호랑이 등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았다”고 했다. 한 선수가 “도깨비, 호랑이는 어떤 상대에도 두려움 없는 용맹함을 자랑한다”며 “새로운 유니폼을 갑옷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할 것”이란 소감을 밝혔다.

 

약간의 의문이 든다. ‘고유’, ‘정체성’ 같은 말은 보통 우리만의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데 도깨비, 호랑이가 과연 그런가. 도깨비는 그렇다 쳐도 호랑이는 진작 이 땅에서 멸종해 동물원에나 가야, 그것도 외국에서 들여온 종(種)을 겨우 볼 수 있을 뿐인데 고유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은 뭐만 있으면 ‘우리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우린 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막연할 때가 많다.

 

신간 ‘고전문학, 세상을 만나다’는 이런 궁금증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도깨비나 호랑이처럼 우리 문화를 관통하는 여러 개의 ‘키워드’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키워드들만 죽 나열해선 소용이 없다. 어떤 키워드를 제시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텍스트’가 있어야 한다. 그런 텍스트의 보고(寶庫)가 바로 이 책이 다루는 고전문학의 세계다.

이강엽/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2만2000원

책은 한국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특히 중요한 키워드 10개를 선정한 뒤 고전문학에서 해당 키워드가 어떻게 서술되고 또 펼쳐져 나가는지 관찰한다. 구체적으로 꽃, 가난, 선악, 사랑, 죽음, 복(福), 호랑이 등이다.

 

마침 호랑이 이야기로 시작한 김에 책의 호랑이 편을 들춰보면 우리의 전설과 민담, 그리고 현대 이전의 소설들이 호랑이를 어떻게 그려왔는지 알 수 있다. 유니폼 제작사나 그 옷을 입고 뛸 선수들은 호랑이 하면 막연히 ‘신령스러움’, ‘용맹’ 등 이미지만 떠올리겠으나 책은 호랑이가 지닌 천(千)의 얼굴을 일깨운다. 안타깝게도 너무 어리석어 사람에 생포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징그러울 정도로 포악하고 탐욕한 놈도 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알아야 호랑이를 말하며 ‘한국 고유의 문화’ 운운할 수 있지 않을까.

 

도깨비도 그렇다. 마침 그 이름을 딴 인기 드라마가 몇 해 전에 있었지만, 도깨비 하면 인간의 사후(死後) 세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죽음을 다룬 우리 고전문학의 텍스트들을 소개한다. 죽기 싫어 죽음을 거부한 예도 있고 ‘모든 목표를 다 이뤘다’는 만족감에 흔쾌히 받아들인 예도 있다. 도깨비 같은 가벼운 소재에서 출발해 ‘죽음은 삶의 끝인가, 아니면 완성인가’ 하는 묵직한 철학적 질문 앞에 서는 경험을 선사한다.

 

통섭(統攝: 지식의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에 책은 소설과 시조를 넘나들고, 산문과 운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통섭의 진수를 보여준다. 고전문학에 관심은 있으나 텍스트 자체의 해독이 겁나 주저하는 이들, 어느 한 시대의 문학만 다룬 것 말고 특정 주제에 관해 모든 시대의 모든 문학을 아우르는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한테 일독을 권한다.

호랑이 하면 흔히 ‘신령스러움’, ‘용맹함’ 등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 민화에는 귀엽고 익살스러운 호랑이도 많이 등장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인 이강엽 대구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한문을 익히려고 ‘논어’를 읽기 시작해 매년 방학 때마다 ‘논어’ 책장을 넘긴 일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지금도 어려운 일을 만나면 가장 먼저 ‘논어’를 펼쳐들고 해법을 찾는다.  

 

학술서적으로 ‘토의문학의 전통과 우리 소설’, ‘신화 전통과 우리 소설’, ‘둘이면서 하나-고전서사의 짝패 인물’, ‘바보설화의 웃음과 의미 탐색’ 등이 있다. 고전문학의 대중화, 그리고 폭넓은 독자층과의 소통을 위해 ‘강의실 밖 고전여행’(전 5권),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살면서 한번은 논어’, ‘삼국유사 어디까지 읽어봤니?’ 등 교양서 집필에도 힘썼다. 현재 세계일보에 ‘이강엽의 고전 나들이’를 연재 중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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