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 재출마…좌파 성향 룰라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 뒤지는 상황

엘리자베스 2세 前 영국 여왕의 장례식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위해 여왕의 장례식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 중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런던에 있는 영국 주재 브라질 대사관 관저 발코니에서 연설했다.
그는 “영국 왕실 유족과 영국민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면서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는 13초가 걸린 애도 발언이 끝나자마자 브라질 정치를 소재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갑자기 “우리는 바른길을 가고 있다”며 “브라질은 마약과 낙태 합법화에 대한 논의를 원치 않는 나라, 젠더 이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라고 브라질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슬로건은 신, 조국, 가족,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의 정치적 연설은 2분 가량 계속됐다.
현재 브라질은 다음달 2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출마를 결정한 상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브라질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한때 보우소나루와 협력했던 조이스 하셀만 전 의원은 “보우소나루는 여왕의 장례식을 선거 연단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고, 법학 교수인 파울로 아브라오는 “또 다른 국제적 불명예”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언론 역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여왕의 장례식을 자신의 선거운동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런던에 방문하기로 한 결정은 대선 운동용 영상 녹화 기회와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우익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좌파 진영을 대표하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77)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12∼15%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