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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말투는 옛말… 5년반 동안 3조원 ‘꿀꺽’한 ‘그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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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19 12:30:00 수정 : 2022-09-19 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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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5년6개월간 총 17만여건 피해
날로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수법 큰 문제
‘기관 사칭형’부터 ‘대출 사기형’까지 다양
최근엔 직접 피해자 만나는 ‘대면 편취’ 늘어

경기지역에서 임시 계약직으로 일하는 A(35·인도네시아)씨는 지난달 전북 남원과 대전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통해 고령의 피해자들이 현관문이나 우편함 등에 넣어둔 현금 2000만원을 가지고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서 피해자들이 특정 장소에 보관해둔 돈을 수거해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거나 조직 계좌로 송금하는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활동 중인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지정한 장소에 놔두면 안전하게 보관해 돌려주겠다”는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으로 뻔한 거짓말이지만, 정보에 어두운 70∼80대 노인들로서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는 한 피해자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뒤를 쫓아 경기도 양평의 한 리조트에 은신해 있던 A씨를 검거해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들어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 발생은 올해 상반기에만 320건(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속출해 범정부 차원에서 선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일반 강력 범죄와 달리 주로 전화 등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이뤄져 증거 확보나 주범 검거가 쉽지 않은 데다 피해금도 대부분 곧장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범죄 수익을 회수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서울 서초갑)이 이날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전화금융사기 범죄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6개월간 국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총 17만1122건으로 나타났다. 피해액으로 치면 무려 3조720억원이나 된다.

 

연도별로는 2017년 2만4259건이던 것이 2018년 3만4132건, 2019년 3만7667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어 2020년에는 3만1681건, 지난해 3만982건, 올해 상반기 1만2401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피해 금액은 2017년 2470억원에서 2018년 4040억원, 2019년 6398억원, 2020년 7000억원, 지난해 7744억원, 올해 상반기 3068억원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만8650건(973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기 4만2956건(7832억원), 인천 1만617건(1630억원), 부산 9211건(1604억원) 등 순이다.

 

더 큰 문제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어눌한 조선족 말투가 상징이었던 보이스피싱이 최근에는 능숙한 표준어 구사에다 용어 등에 전문성을 갖춰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또 서울 중앙지검이나 금융기관, 경찰 등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에서부터 대환대출을 미끼로 휴대전화 등에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개인·계좌 정보 등을 해킹하는 ‘대출 사기형’까지 다양하다.

 

지난달에는 피해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가 적힌 ‘가짜 구속영장’이 담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아 현직 의사가 역대 최고액인 41억 원의 사기 피해를 봤다. 또 택배가 도착했다거나 해외 등지에서 결제가 이뤄졌으니 확인하라는 식의 출처가 불분명한 사이트 링크가 담긴 문자메시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편취 수법 또한 범죄 조직원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이뤄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현금을 특정 계좌로 옮기는 ‘계좌 이체형’ 수법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수거책이 피해자를 만나 돈을 가로패는 ‘대면 편취형’이 늘고 있다.

 

경찰정 전경. 연합뉴스

경찰청이 수기로 자료를 취합·관리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편취수법별 보이스피싱 현황’을 보면 계좌이체형이 7만6183건, 대면편취형 5만2266건, 상품권 등 요구형이 1만512건, 피싱혼합형이 4239건, 배송형이 1127건 순이었다.

 

이 중 계좌이체형 비중이 2018년 89.68%(3만611건)에서 지난해 10.85%(3362건)로 줄어든 반면 대면편취형은 같은 기간 7.46%(2547건)에서 73.44%(2만2752건)로 급증했다.

 

조은희 의원은 “보이스피싱은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피해자 스스로 사기를 당했다는 자책감에 빠지게 해 자칫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며 “특히 범죄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대담해지는 만큼 금융당국의 현장 안내와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보이스피싱 대응과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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