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대신 폭염 덮친 도심 밀짚모자 쓰고 생활환경 정비 점검
박상돈 충남 천안시장이 튀르기예(터키) 국제우호도시의 문화·예술축제 참관 초청을 받았으나 이를 사양하고 시민들의 생활환경을 살피는 선택을 했다.
1일 천안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5월 튀르기예 뷰첵메제시로부터 지난달 31일부터 8일까지 7박 9일간 문화·예술 축제 참관 초청을 받았다. 뷰첵메제시가 박 시장을 초청한 것은 천안시가 국제춤축제연맹(FIDAF) 총재 도시이기 때문에 ‘제23회 뷰첵메제 문화·예술 축제’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박 시장은 뷰첵메제시에 시장 선거가 끝난지 얼마 안돼 공무상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사정을 설명하고 관계 공무원 파견을 결정했다. 폭염으로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큰 시점에 ‘시장 당선된 지 얼마나 됐다고 코로나19 재유행도 심각한데 유럽 다녀왔다는 소식에 시민들 마음 다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시와 뷰첵메제시는 12년전 문화교류 자매결연후 해마다 두 도시간 출장교류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박시장이 2020년 4월 재보궐선거로 시장에 당선된 후 2년간은 코로나19로 단 한번의 해외 출장도 없었던 점과 올가을 천안흥타령춤축제에 뷰첵메제시 하산아쿤 시장의 참석을 감안하면 오해할 여지가 크지 않았다.
대신 1일부터 읍면동을 찾아간다. 통상적으로는 읍면동 순방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취임 후 행사인데 재선인 박 시장은 사무실 행사를 줄이고 생활환경 정비 현장점검에 나선다. 길거리나 하천변에 제초작업은 잘 돼 있는지, 불법 현수막이나 쓰레기 투기 등으로 도시를 더럽히고 시민 위생을 위협하는 환경이 있는지 골목골목을 살핀다. 첫날 쌍용2·쌍용3·부성2동을 찾아간 박 시장은 동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생활환경 정비상황을 점검하고 먹자골목 상인들을 만나 현장애로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공동대응과 협력방안을 듣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읍면동 생활환경 정비 현장점검은 이달말까지 계속된다.
박 시장이 읍면동 순방을 ‘읍면동 생활환경 정비 관련 현장점검’으로 대신한 것은 서울의 강남 같은 깨끗한 도시 환경을 가짐으로서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도시가치가 상승한다는 도시관리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는 전언이다.

박 시장은 본인이 출장을 가지 않는 대신 신동헌 부시장을 단장으로 출장을 다녀오도록 했으나 신 부시장도 출장을 다녀온 뒤 곧바로 예정된 휴가를 바로 떠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해 관계 공무원 4명이 단출하게 팀을 꾸려 출장을 떠났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과 공무원들로부터는 상대적 박탈감까지를 감안한 현명한 선택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민 최모(58)씨는 “4년전에는 폭염과 한 회사의 몰락을 가져 온 라돈 메트리스 사태 등으로 천안이 떠들썩했던 와중에도 천안시 최고위층과 다수의 공무원들이 이번 출장과 똑같은 명분으로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가 포함된 호화 유럽 출장을 다녀온 것과 비교된다”며 “천안시가 이번처럼 늘 시민들의 입장을 생각하며 해외출장과 연수를 추진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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