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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는 1980년대 호황 가도를 질주했다. 자동차와 전자, 철강, 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의 압도적 경쟁력을 무기 삼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일본 제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시장의 10% 이상을 장악했다.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정도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85년 1만8000달러로 미국 1만5000달러를 추월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그해 9월 일본·영국·서독·프랑스 선진 4개국과 엔화를 인위적으로 절상하는 ‘플라자 합의’를 체결했다. 그 후 2년여 만에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2배가량 치솟아 일본 수출과 경제를 망가트렸다. ‘잃어버린 30년’의 단초였다. 외환시장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총성 없는 전쟁터’로 불리는 까닭이다.

이번에는 통화가치를 띄우는 역환율 전쟁이 한창이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달러화 가치는 20년 내 최고치로 치솟았다. 각국은 수입물가 앙등과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영국·캐나다 등 55개국 중앙은행이 최근 3개월 사이 70여차례 금리를 올렸고 이도 모자라 외환시장 개입에 돌입했다.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이 달러 강세에 맞서 수십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쏟아붓고 있다. 이 바람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줄곧 늘었던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최근 들어 쪼그라들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한다.

한국도 좌불안석이다. 외환보유액이 7개월 사이 215억달러가량 사라졌는데 원·달러 환율은 얼마 전 13년 만에 달러당 1300원을 뚫었다. 25년 전 달러 곳간이 바닥나 국가부도 사태에 처했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인 4500억달러 안팎이어서 아직 위기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는 역환율 전쟁은 날로 격렬해지고 국내 금융·외환 시장 불안도 가실 줄 모른다. 한·미 정상은 지난달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말잔치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지난해 말 끝난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를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 때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법이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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