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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인사 번복 사태에 “국기문란” 격노… 경찰 “관행대로 공지”

입력 : 2022-06-24 06:00:00 수정 : 2022-06-24 07: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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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땐 민정수석실 인사검증
새 정부서 폐지되며 혼선 빚은듯
경찰국 신설 조직적 반발 거세
‘김창룡 청장에 경고’ 의미 해석

경찰, 말 아낀 채 사태 예의주시
행안부 “추가조사 없다” 선 그어
野 “2시간만에 번복 이유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2시간 만에 뒤바뀐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을 놓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진실공방을 벌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이번 사태를 “경찰의 과오”라고 정리하며 경찰을 강하게 질타했다. 윤석열정부의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추진에 경찰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경찰 인사 번복 논란이 발생하자 대통령이 더욱 강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지난 21일 발생한 경찰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을 두 차례나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사태를 놓고 경찰과 행안부는 각각 해명을 내놓으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경찰은 “행안부에서 최종안이 아닌 것을 전달해 빚어진 실수”라며 “관행적으로 대통령 결재 전에 조율이 끝난 인사 내용을 언론에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 기안 단계의 인사안을 공지해 사달이 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봤더니 참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의 과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경찰의 인사안을 행안부가 조율해 대통령에게 제청한 상황에서 대통령 재가가 나오기 전에 경찰이 초안을 발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인사를 번복하며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실상은 반대로 경찰이 임명권자의 권한을 무시하며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는 과거 경찰 인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던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정수석실 주도로 경찰 인사안이 만들어졌던 시절에는 대통령 재가가 요식적 절차에 불과했지만, 그러한 기능이 행안부 장관에 이관된 지금은 대통령 재가 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을 경찰이 간과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건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 경찰은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두고 직접 통제를 했는데, 저는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정무수석실에 치안비서관도 두지 않았다”며 “저처럼 (권한을) 놓는다고 하면 당연히 치안과 경찰 사무를 맡고 있는 내각의 행안부가 그에 필요한 지휘통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정부는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 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 권력이 비대해진 만큼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며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경찰 감독기구로 만들어진 국가경찰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거나 경찰을 감시·견제할 독립적인 시민기구를 통한 민주적 장치 마련이 바람직하다는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인사 번복 사태가 불거지자 윤 대통령이 경찰의 잘못이라고 못 박으며 경찰국 신설 명분에 힘을 실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의 조직적 반발과 관련, 김창룡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해석도 있다. 경찰 내부에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다음 달 23일까지 임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김 청장의 거취마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김 청장이 용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퇴근길 기자들과 만나 “직에 연연해서 청장 업무를,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겠다”며 용퇴를 일축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추미애 전 장관이 검찰 인사에 개입했다고 펄펄 뛰던 검찰총장은 어디로 갔나”라며 “경찰청이 독립적인 인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野, 경찰청장과 면담 제21대 국회 상반기 행정안전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왼쪽 두번째)과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윤석열정부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김창룡 경찰청장 등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행대로 먼저 발표”… 행안부 준 최종안도 직인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를 두고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지적하자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인사 명단을 먼저 배포하고 추후 인사권자의 사인을 받던 ‘관행대로’ 했다는 입장이었으나, 윤 대통령의 이같은 격앙된 반응에 말을 아낀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찰청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전달받은 첫 번째 인사 명단과 최종안 모두 인사권자의 별도 서명이나 직인이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경찰의 고위직 인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절차상으론 대통령 승인이 난 뒤 경찰이 인사를 발표하는 것이 맞지만,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과 인사안을 협의한 후 발표하고 이후 공식 결재를 받아 인사발령을 내는 게 관행이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행안부에서 전달한 인사 명단이 수시간 만에 뒤집어진 전례도 없었다.

 

여기에 시·도경찰청장에 준하는 치안감 인사를 부임 하루 전날 저녁에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행안부를 향한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미국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인사를 낸 점, 최종안으로 다시 배포된 명단에 골프장 특혜 의혹을 받은 인사가 포함된 점 등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의 결재가 나기 전 경찰이 인사 명단을 발표한 것을 겨냥해 ‘대통령과 행안부 패싱’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기문란” 발언에 이어 이 장관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결재도 안 된 상태에서 기안 단계(의 인사안)를 (경찰) 인사 담당자가 확인하지 않고 자체 내부 인사 시스템에 공지를 해버려서 문제가 됐다”고 질타했다.

 

경찰은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의 경찰 통제 권고안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인사 번복 파문까지 터져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경찰과 행안부의 현안에 돌파구로 여겨진 양측 수장의 면담은 성사되기 어려운 분위기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저희들이 요청을 했지만 장관님 일정이 바쁜 것 같다. 최대한 빨리 만남을 갖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는데, 이 장관은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대통령실이 경찰의 자체 조사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김 청장은 “현재로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행안부 역시 “이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였으므로 추가적인 조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전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경찰청을 찾아 김 청장과 면담하고 “정부의 경찰 통제 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 장관이 당일 오후 5시쯤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했고 6시쯤 1차 인사안이 경찰청에 내려왔고 2시간 만에 번복됐다”며 “윤 대통령은 ‘경찰청이 올린 안을 그대로 발표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1차로 내려온 안은 행안부와 분명히 얘기된 것이다. 2시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미·최형창·권구성·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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