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주거사다리’ 활용 목적
공공임대 선호 늘며 인식 변화
“거부감 과대대표가 문제” 지적

“임대아파트에 거주할 수만 있다면 현실적 장점이 훨씬 크죠.”
서울 동작구의 한 신축 아파트 내 공공임대 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주거사다리’로 활용할 목적으로 임대주택 입주를 적극적으로 알아봤다. 시세에 비해 저렴하게 쾌적한 거주환경을 누릴 수 있고, 향후 주거 상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가 함께 사는 소셜믹스(사회적 혼합) 단지의 차별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적 사례가 너무 강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쁜 도시 생활을 하며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설사 차별이 있다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이 더 많다고 했다.
임대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이에게 임대아파트는 ‘가난의 상징’이 아니다. 주거 비용을 줄여 ‘내 집 마련’의 시기를 앞당기거나 경제적 자유를 위한 디딤돌로 활용하고자 한다. 집 ‘소유’보다 안정적인 환경에 ‘거주’하는 데 방점을 찍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소셜믹스 단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 좋은 도심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 선호도가 높다. 최근 서울 시내 청년 대상 공공임대 경쟁률은 수십 대 1에서 100대 1을 훌쩍 넘는 상황이다.
임대 가구에 대한 일부의 차별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소셜믹스 행복주택 입주를 준비하고 있는 20대 사회초년생 조모씨는 “가난 혐오를 밖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나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보다 다양해진 공공임대 기회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오히려 승자”라고 말했다. 임대 혐오는 저소득층 대상으로 영구임대만 지어지던 시절 형성된 정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합임대로 바뀌어 가는 지금은 사회 취약계층 비중이 대폭 줄었지만 일각의 고정관념은 그대로다.
이런 이유로 소셜믹스 논의는 빈부의 갈등 구도로 단순화돼 ‘섞이기 싫어한다’는 통념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한 공공임대 입주자는 “역으로 임대 가구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사회적 혼합에 대한 거부감이 과대 대표되는 건 문제”라며 “정작 국민들의 공공임대 거주 의향은 50∼70% 정도로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연령과 계층이 잘 혼합된 단지들은 활력이 느껴지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연대감 상승으로 아이들끼리 사이도 더 좋은 사례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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