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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피라미드 같은… ‘도도한 위엄’ 마주하다 [박윤정의 원더풀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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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09 08:00:00 수정 : 2022-01-05 19: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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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신비한 봉우리 ‘마터호른’

높이 4478m… 암벽등반 코스로 유명
구름과 안개로 모습 잘 드러내지 않아
많은 등반가들 꿈 이루지 못한채 묻혀
산악열차 타고 올라 만난 설경에 감격
스위스 알프스 봉우리 중 가장 높고 신비로운 마터호른(4478m)은 서쪽 프랑스와 접하고 남쪽 이탈리아와 접해 있다.

알프스 수많은 봉우리 중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봉우리가 있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더라도 어디서 본 듯한 뾰족한 봉우리. 어릴 적 TV에서인지 달력에서인지 기억은 없지만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마터호른으로 길을 나선다.

기차는 체르마트로 들어선다. 이곳은 세계적인 청정 마을로 일찌감치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일반 자동차는 마을 진입이 금지돼 있다. 체르마트 아래 5㎞ 떨어진 타쉬에 주차하고 셔틀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짧은 구간이라고 해도 무거운 짐이 영 불편하다. 열차에 오르며 투덜거렸다. 불과 10분 만에 구김 잡힌 이마가 펴지고, 불평이 감탄으로 바뀐다. 호흡을 가라앉히고 눈을 크게 뜨니 다른 세상이다. 오직 열차로만 닿을 수 있는 마을, 그곳이 체르마트이다.

체르마트 기차역 건너편 산악열차역에서 35분 정도 오르면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 닿는다.

기차역 밖에는 숙소에서 나온 기사가 이름 적힌 팻말을 흔든다. 역 앞에는 수많은 전기차가 손님들을 기다린다. 승용차 사이즈를 비롯해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미니밴도 즐비하다. 역에서 숙소까지 1㎞도 안 되는 거리이지만 짐을 끌고 걸어갈 수 없으니 마중을 나왔다. 숙소를 예약할 때 도착 시간을 여러 번 확인한 배경이다. 기사 도움을 받아 짐을 싣고 차에 올라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기사는 당연하다는 듯 마터호른 방향을 가리킨다. 우뚝 솟은 거대한 봉우리를 찾고 있는 것을 어찌 알았을까. 기사가 가리킨 방향에 봉우리는커녕 시커먼 하늘만 가득하다. 이 먼 곳까지 힘들게 왔건만 무심하게도 쓰개치마를 쓴 듯 구름이 봉우리를 덮었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 베란다로 나선다. 마터호른을 맘껏 바라보기 위해 베란다가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짐도 풀기 전에 넋놓고 봉우리를 바라본다. 기다려도 좀처럼 구름이 걷히지 않는다. 날씨 탓을 하며 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제발 그 쓰개치마를 벗어보렴!

 

마터호른을 오르기 위한 암벽등반 역사는 18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암벽등반 코스 중 하나인 이곳 체르마트는 많은 등반가들이 묻혔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 묻힌 이들의 공동묘지에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들꽃들이 곁을 지킨다. 그들에게 이곳은 어떤 의미일까. 암벽등반은 꿈도 꾸지 못하고 마터호른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마터호른 글라시어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케이블카이다. 유럽 최고 높이 3883m에 자리한 클라인 마터호른까지 오른다. 그곳에서 4478m 마터호른 봉우리와 4000m가 넘는 알프스 능선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기대감을 안고 케이블카에 올랐지만 불안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흐려지더니 구름에 가려 한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뿔싸! 안개 속에 갇혔다. 날을 고를 수 없는 여행객이라 운에 맡겼지만 역시 아니다. 비켜간 행운을 서운해하며 전망대 식당에서 따듯한 차와 가벼운 음식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걷히지 않는 회색빛 안개가 어둠으로 물들기 전에 마을로 돌아가야겠다.

체르마트 중심거리인 반호프슈트라세는 넓고 길지 않다. 기차역에서 마터호른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거리가 1㎞가 채 안 되고 거리 좌우로 상점들과 식당, 호텔들이 모여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마을 구경에 나섰다. 기차역에서 중심거리인 반호프슈트라세가 마터호른 박물관까지 이어진다. 1㎞가 채 안 되는 중심 도로 좌우로 상점, 식당, 호텔이 즐비하다. 길을 따라 걸으면 세월을 쌓은 짙은 나무의 샬레들이 스위스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거미줄처럼 엮인 작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실개천을 만나고 산비탈을 오르기도 한다. 골목길 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사진 같다. 이 평화로운 자연을 위협하는 존재는 인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마터호른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글라시아 파라다이스 전망대(3883m)까지 오른다.

커튼 사이로 빛이 새어든다. 젖혀 보니 구름 걷힌 하늘이 보인다. 애타게 기다리던 마터호른을 만날까 싶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커피를 내린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베란다로 나섰다. 밤새 바람이 전해진 것일까.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해를 이고 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마터호른이다.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려 실눈을 뜬 채 커피를 한모금 들이켠다. 코끝에 전해진 향을 누리니 오감이 행복한 호사스러운 아침이다. 마터호른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 산에 오를까. 아침 식사 내내 고민하다 아쉬움을 남기기 싫어 결정한다. 이번에는 케이블카가 아닌 산악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향한다. 기차는 35분 동안 산을 오르고, 알프스는 빙하를 두른 광활한 모습으로 인사한다. 드디어 전망대다. 차가운 공기와 확 트인 시야가 마냥 시원하다. 서쪽으로 마터호른이 보이고, 반대쪽 너머 남동쪽으로 이탈리아 몬테로사가 서 있다. 몬테로사는 4634m로 알프스 산맥 중 몽블랑(4807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스위스 최고봉과 이탈리아 최고봉을 이곳 고르너그라트에서 만났다. 3089m 높은 곳이라 잠시 어지러웠지만, 확 트인 곳에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다보니 이내 사라진다. 전망대 있는 곳은 천문대다. 문득 이곳 밤하늘이 궁금하다. 욕심을 버리고 테라스에 앉아 마터호른을 바라본다. 구름 속에 숨기 전에 지금을 즐기자!


박윤정 여행가 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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