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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파트에 따라 경비노동자 여름나기 ‘극과 극’

입력 : 2021-08-05 06:00:00 수정 : 2021-08-04 22: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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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단지 실태 조사

자치구 “노동환경 개선” 비용 지원
에어컨 설치율 87%로 늘었지만
‘관리비 오를라’… 1301곳 미설치
강북구는 설치율 절반 수준 그쳐

에어컨 있어도 전기료 부담 눈치
“경비원 사용 부담 줄일 방안 필요”
지난달 19일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선풍기 한 대가 돌아가고 있다.

“더워도 견뎌야지 방법이 있나요.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지난달 19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만난 60대 경비노동자 A씨는 선풍기 한 대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1평 남짓한 경비실 내부는 인터폰 교환기와 폐쇄회로(CC)TV 모니터 등 여러 전자기기가 내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변압기 용량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에어컨 설치를 반대해 A씨는 선풍기만 의지하는 형편이다. 5000여 가구의 대단지인 이 아파트에는 200여개의 경비실이 있지만, 에어컨은 한 군데도 없었다. A씨는 “전기사용료를 따로 내도 좋으니 작은 냉방기라도 설치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에어컨 없는 아파트 경비실’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각 지자체에서 경비실 에어컨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주민 인식과 예산 등의 문제로 설치비율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경비노동자들의 여름나기가 극과 극인 셈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대규모 아파트 2155개 단지의 경비실 9867곳 중 에어컨 설치율은 86.8%로 2년 전(64%)보다 22.8%포인트 증가했다. 매년 여름 경비실 노동환경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지원을 늘린 결과다.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경비실은 1301곳으로 13.2%를 차지했다.

전체 통계만 보면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눈여겨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용산·종로·동대문·도봉구는 에어컨 설치율이 100%에 달하지만, 강북구는 절반 수준인 54.3%에 그쳤다. 자치구별로 격차가 큰 것이다. 양천(99.4%)·은평(99.1%)·금천(98.7%)·마포(98.0%) 등 10개 구 아파트의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은 90%대였지만 송파(64.2%)·동작(65.3%)·영등포(69.9%)는 70%도 되지 않았다.

이런 격차는 각 지자체의 의지와 지원 차이와 무관치 않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67%였던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은 올해 96%로 높아졌다. 올해 초 구비 2억원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에어컨 설치 지원 사업을 벌인 결과다.

설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치구들은 “아파트에서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아파트 입주자 등이 반대할 경우 강제로 설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경비실 내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한 아파트들은 대부분 “입주자대표회의나 주민의 반대가 있었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 설치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경비실이 건물 내부에 있어 덥지 않다는 등의 반대 이유를 댄다. 하지만 자치구와 아파트 관리소관계자들은 관리비 인상을 꺼리는 입주민의 반대 탓에 설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경비실에 에어컨이 없는 강북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관계자는 “매년 설치 논의를 하지만, 경비 인력 감축 논의가 나오고 비용도 적지 않아 (설치가)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찾은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실 내부 모습. 에어컨이 없는 좁은 공간 한편에 부채가 걸려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냉·난방기 지원사업이 있지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동의를 얻지 못해 신청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청에서 신청을 독려해도 주민 동의가 없으니 지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입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끌어내는 것도 지자체 몫이란 지적이 나온다.

에어컨을 설치했더라도, 전기사용료 부담 때문에 사실상 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비실도 많다.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된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B씨는 “전기요금을 아파트 주민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오면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 공동사업단 남우근 연구위원(노무사)은 “전기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을 설치하거나 공용전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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