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2명이 지난달 24일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 100억원대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LH 내부감사 시스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3년 전부터 진행된 수십억원대 택지 투자를 사전에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LH 일각에선 해당 직원들 모두 택지나 개발지구 지정 업무와 무관한 데다 개인투자까지는 제한하지 않는 만큼 감사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민단체, 뉴스1 등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LH직원 12명이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변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 10여명은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2만3028㎡(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받는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의 실거래가 총액은 99억4512만원에 달한다. 이 금액 중 상당 부분은 대출(약 58억원)을 통해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민변 등의 감사청구와 별도로 내부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엄벌하겠다는 입장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이날 공공기관 간담회를 소집한 자리에서 광명·시흥지구 사례를 거론하며 "청렴이 불신 되면 정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질타했다.
LH도 상황파악에 분주한 상태다.
LH 관계자는 "현재 투기의혹이 있는 12명의 직무를 배제하고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LH 내부에서도 이렇게 대규모의 사전투기 의혹을 받은 사례가 없어서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에 내부감사 시스템이 있음에도 수년 전부터 땅을 매입해온 이들의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당 직원들은 지구지정 등 택지업무와는 무관한 업무를 했고,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는 개인적인 투자에 대해선 관여할 근거도 없고 감사를 통해 규제할 근거도 없다"고 답했다.
기관 내부에선 특히 시민단체가 지적한 3기 신도시 발표 전 사전매입이 2018년 거래까지 포함된다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지역의 경우 2015년에도 보금자리지구에서 지정해제된 적이 있고, 언론을 통해 3기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수차 거론된 만큼 단순히 LH직원의 투자라는 이유로 혐의를 씌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공공주택 특별법상 해당 의혹이 맞는다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만큼 특히 민변이 속한 시민단체가 직무관련성에 확신을 가졌다면 이는 바로 검찰이나 경찰 고발로 갔어야 할 사안"이라며 "민변이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구한 것은 확보된 근거가 말 그대로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LH가 공공택지와 공공개발의 주무를 맡는 공공기관인 만큼 해당직원의 과도한 부동산 투자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업무과 관련된 직접적인 정보 외에 동료를 통한 2차 정보도 사전투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만큼 해당 땅투기가 업무과 무관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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