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증권선물위원회가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성’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지도록 이 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렸다는 것이다. 두 기업의 합병 당시 주식 교환 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삼성물산이 낮은 가치로 평가받았던 만큼 주주들 반발은 거셌다.
우선 최대 관심사는 이날 증선위 결론이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다. 앞서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의 근거는 당시 경영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즉 경영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으므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며 암묵적으로 청탁할 일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를 인정하면서 삼성에 이 부회장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을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겼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경율 회계사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사건”이라며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증선위 심의 결과가 대법원 재판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1·2심에서 다뤄진 사실관계 외에 새로 추가되는 증거를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룹 지배구조 재편작업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 중 상당수는 ‘삼성물산 역할론’에 근거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을 ‘실탄’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고 주식거래가 정지되면서 지분가치도 상당 부분 훼손되게 됐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향후 우리 정부가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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