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민법 폐지·난민협약 탈퇴 ‘NO’
박 장관은 먼저 국내 난민 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 가입 후 올해 6월까지 4만2009명이 난민신청을 해 4%인 849명만 난민인정이 됐다”며 “인도적 체류자 1550명까지 합치면 난민보호율은 11.4%”라고 설명했다. 진행을 맡은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전세계 난민협약국의 평균 난민보호율 38%에 견줘 우리나라는 비교적 난민수용에 엄격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인구 1000명당 난민 수용 인원은 세계 13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34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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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난민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난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주 무사증(무비자) 제도 폐지 역시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시행되는 제도라서 법무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6월1일 예멘인의 무사증 입국을 금지했듯 무사증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입국자가 많은 소말리아 등 12개국을 전날 불허국으로 추가 지정했다며 “앞으로도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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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이유로 난민 인정을 신청한 이란 국적 중학생 B군(가운데)이 지난 7월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에서 난민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대신 박 장관은 “정부는 국제적 책무를 다하면서도 우리 국민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며 관련 법·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문제 난민에 대한 ‘본국 강제송환’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만일 우리의 법질서나 문화, 가치 등을 훼손·위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난민인정 취소나 철회, 체류상 불이익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난민으로 인정된 후에도 국가안보에 위험이 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본국으로 강제송환할 수 있도록 난민법에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난민법은 난민인정자와 인도적체류자, 난민신청자에 대해 본인 의사에 반하는 강제송환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국외로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난민협약 상 조항도 난민법에 명문화할 계획”이라며 “심사 결정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난민인정 사유에 대해 나중에라도 허위사실이 발견되거나 사정 변경이 있을 경우 이를 취소, 철회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 시스템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가 장기화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 확충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현재 불복절차까지 2∼3년에 달하는 심사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서 작성·접수 단계에서 통·번역 조력을 강화하고 심사과정에서 본인의 반론 기회도 적극 보장하겠다”며 “불인정 결정 시 그 사유를 번역·제공해 심사절차의 투명성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찬반 진영 모두 반발
정 센터장은 “사실 상해임시정부도 일제의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정치적 난민들이 수립한 망명정부였고 한국전쟁 당시에도 많은 난민이 발생했다”면서도 “다만 우리 국민에게 여전히 난민이 낯선 것도 현실이며,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과제인 동시에 사회적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며 이날 답변 순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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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1동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반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국가의 원칙과 철학을 알 수 없는 답변이었다”고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외국인의 지위가 국제법에 의해 보장되도록 규정한) 헌법 위반 수준의 주장인데, (박 장관은) 국익이라는 말로 사실상 회피를 택했다”며 “나열된 대책 역시 그동안 난민인정절차의 공정성, 투명성 개선 차원에서 접근하던 논의에서 후퇴해 예멘 사건으로 불거진 반대·혐오 여론을 대거 수용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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