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는 남명기(55)씨는 밤마다 성매매를 찾는 손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각장애 1급인 남씨는 3년 동안 맹학교를 다니며 병리학, 생리학 등 전문적으로 의학과목을 이수해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많은 사람이 안마원을 퇴폐업소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홍보를 위해 안마원이라는 간판을 대로변에 내걸려고 했으나 주변의 반발이 심했다”면서 “건전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지압안마원이라고 명칭을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주들은 건전한 안마원이라도 유치를 꺼리고 있다”며 안마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안마원을 운영하는 채수용(43)씨도 마찬가지다. 채씨는 “남자 손님들은 들어오자마자 순수 안마업체인 걸 확인하고 그냥 나가버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퇴폐업소가 안마로 위장해 불법영업을 해온 여파가 크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안마를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사진-대한안마사협회 제공 |
15일 대한안마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5만 곳 이상의 불법 안마업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불법 안마업체 중 70% 이상에서 유사 성행위가 은밀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건전한 안마업까지 오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도 안마원을 퇴폐업소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박모(31)씨는 “길거리에 안마 간판을 보면 퇴폐업소를 떠올리게 된다”면서 “안마에 관심은 있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평소 허리통증이 있다는 김모(31)씨도 “안마를 받으러 가고 싶을 때가 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안마사는 의료법 제82조 1항에 따라 시각장애인만이 자격을 가지고 있다. 즉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원, 안마시술소가 아니면 모두 불법이다.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태국마사지, 황제마사지, 스포츠마사지 등은 모두 불법 유사 안마에 속한다.
불법 유사 안마로 인해 안마사들이 보는 피해도 적지 않았다. 대한안마사협회 김용화 회장은 “많은 불법 안마업체들이 저가 이벤트와 홍보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영세한 업체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마사들은 짧은 교육과정을 밟은 일반인이나 외국인이 하는 무자격 안마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채씨는 “지난주에 손님 한 분은 불법 마사지를 받고 목부터 어깨에 멍이 들어서 왔다”면서 “세게 하는 안마가 좋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자칫 근육통이나 멍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1~3급 중증 시각장애인의 20%인 9800여명이 안마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중증장애인 노동권 실태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월 평균 월급은 49만 5220원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권형원 사무관은 “지난해 6월부터 무자격 마사지업소 간판을 단속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행정감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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