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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호남선 KTX 무정차역의 한숨…"2시간째 손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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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3 19:10:56 수정 : 2016-06-13 2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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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KTX 정차역 제외된 지역 줄줄이 타격
“임대를 놨는데, 석달째 문의조차 없어요.” 전남 장성역 앞에서 빵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2·여)씨는 13일 KTX 얘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이날 가게를 찾은 손님은 5명뿐으로, 매출은 채 2만원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4월 개통한 호남선 KTX가 장성역을 정차하지 않으면서 상권이 붕괴되고 있다. 김씨는 “적자운영이 계속돼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다”며 “역 인근의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고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군의 택시업계도 죽을 맛이다. 호남선 KTX 개통 전에는 읍내 택시 40여대 대부분이 하차 시간에 맞춰 장성역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다. 하지만 이날 택시기사 김병석(62)씨는 2시간째 기다렸지만 손님을 태우지 못했다. 김씨는 “종전에는 역에서 하루 2∼3명의 장거리 승객을 태웠다”며 “현재는 택시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역 손님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남선 KTX가 개통하면서 경유와 정차역에서 제외된 서대전역과 김제역, 장성역, 광주역 등 4곳은 승객 감소로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뚜렷한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아 이들 역세권이 슬럼가가 되고 있다.


13일 새마을호가 장성역에 도착할 시간이 됐지만 승객을 태우러 온 택시는 2대에 불과했다. KTX가 정차하던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KTX가 도착할 시간에는 30여대가 길게 줄을 서서 손님을 맞았다.
◆역세권 붕괴에 슬럼화… 지역경제 흔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호남선 고속철도(KTX)를 개통했다. KTX 노선은 충북 오송에서 경부선 KTX와 갈라져 공주∼익산∼송정으로 결정됐다. 용산∼송정 최단 거리다. 고속철 기능을 위해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고 김제역과 장성역, 광주역 3곳이 정차역에서 제외됐다.

열차 승객으로 유지됐던 이들 역세권의 상권은 KTX 승객이 빠져나가면서 한순간에 붕괴됐다. 정차역에서 제외된 이들 역의 지역주민들은 KTX를 타기 위해 인근 역까지 버스나 승용차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KTX가 다니지 않는 광주역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호남선 KTX 개통 이후 하루 평균 1064명에 달하던 승객은 종전보다 70%가량 감소했다. 열차 운행도 종전 32편에서 23편으로 줄면서 역사는 하루 종일 텅텅 비어있다.

이처럼 승객이 감소하면서 역 주변의 상가들은 문을 닫거나 임대를 놓고 있다. 광주역 앞 한 식당 주인은 “하루 종일 문을 열어도 5만원 벌기도 어렵다”며 “임대 기간이 1년이나 남았는데, 손해를 보면서 가게를 계속해야 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KTX가 끊긴 김제역은 이용객이 수십명으로 줄면서 사실상 역의 기능을 상실했다. 김제 지역 KTX 이용 승객을 보면 지난해 4월까지 하루 136명에서 지난해 하반기 31명으로 줄다가 올해는 21명까지 떨어졌다. 이마저도 인근 익산역을 통해 KTX를 이용하는 승객들이다. 연간 부안과 전주서부권을 찾는 2058만명의 관문 역할을 했던 옛 명성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KTX 정차역에서 제외된 장성역의 최대 피해자는 연간 5만명에 이르는 상무대 장병과 면회객이다. 상무대는 육군 최대 교육시설로 20㎞가량 떨어진 장성역이 가장 가깝다. 종전에는 대부분 장성역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익산이나 송정역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를 타고 상무대를 가야 한다. 면회객들은 “종전보다 시간과 비용이 2배가량 더 든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장성역 이용 인구는 광주 북구와 영광, 담양 등 30만명에 달한다. 중부권의 서대전과 광주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도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없다.

호남선 KTX가 경유하지 않는 서대전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호남선 KTX 개통 당시 서대전역 미경유로 지역 간 갈등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용산∼서대전역∼익산 구간의 ‘서대전역 KTX’를 하루 18회 운행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호남 승객이 빠지면서 서대전역 이용객은 종전 연간 474만5000명에서 365만명으로 109만5000명(23%)이 감소했다. 

◆“정차역 돌려달라”에 “불가” 통보만… SRT 개통에 기대


호남선 KTX 개통으로 정차역에서 제외된 역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줄곧 정차역 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서명운동과 정치권을 동원하면서 연일 국토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저속철로 전락한다’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지자체와 주민들은 대안으로 ‘서대전역 KTX’의 연장 운행 카드를 내밀고 있다. 김제시와 장성군은 용산에서 서대전역을 거쳐 익산까지 운행하는 ‘서대전역 KTX’를 김제와 장성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성군은 하루 18회 운행되는 ‘서대전역 KTX’ 가운데 최소 6회를 장성역까지 연장해 달라고 국토부에 강력 요구했다. 장성군은 지난달 장성군민(4만70000명)의 30%에 이르는 1만2315명이 서명한 ‘KTX장성역 정차 1만명 서명부’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이 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호남선은 KTX가 다닐 수 있는 기존의 일반선과 호남선 KTX만 다니는 신선의 전용선 등 2개 선로가 있다. 일반선과 전용선이 만나는 익산과 정읍에서 교차하면 현재 익산에서 단절된 ‘서대전역 KTX’를 장성역까지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광주역도 ‘서대전역 KTX’의 광주역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장성군과 행정협의회를 갖고 광주역까지 연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광주역은 또 올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는 수서발 고속철도 SRT(서울 강남∼목포)에 기대를 걸고 있다. 48회의 호남선 KTX를 수용하기에도 벅찬 현재 광주송정역이 40회 운행이 예상되는 SRT의 추가 투입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광주송정역은 주차시설과 역사가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40회의 SRT를 추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논산시 등 충청권 일부는 논산훈련소역 신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훈련병과 가족, 면회객 등 연간 130만명이 논산훈련소를 찾고 있다. 고속버스를 제외하면 직행 교통편이 없어 KTX역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타당성 용역을 발주했으며, 이번 달에 결과가 나온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호남선 KTX 무정차역의 수요 충족을 위해 시속 250㎞의 열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SRT가 투입되면 수요 등을 감안해 일부 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장성·김제=글·사진 한현묵·김동욱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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