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저항 시인 이육사 ‘광야’의 한 구절이다. 2005~06, 2006~07시즌 챔프전 2연패와 2008~09시즌 정규리그 우승 이후 ‘삼성화재 천하’ 아래 2~3인자의 설움에 울어야 했던 현대캐피탈. 심지어 지난 시즌엔 5위에 그치며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봄배구’ 탈락의 고배도 마셨다. 그렇게 몰락하는 듯 했던 현대캐피탈에 ‘백마 타는 초인’이 등장해 팀을 ‘환골탈태’시키고 우승컵의 염원도 이뤄줬다. 지난 시즌까지 선수로 뛰다 올 시즌 사령탑으로 직행해 정규리그 우승과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18연승)을 선물한 최태웅 감독이 그 주인공. 한때 ‘삼성화재 왕조’의 일원으로 그 누구보다 현대캐피탈에게 패배의 아픔을 많이 안겼던 최 감독이기에 더욱 극적인 결과다.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우리카드를 3-0(25-16 25-21 25-17)으로 완벽하게 찍어눌러 찬란했던 올 시즌 정규리그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월2일 후반기 첫 경기였던 우리카드전을 시작된 현대캐피탈의 ‘승리 행진’은 이날 우리카드전을 통해 역대 최다연승 신기록인 18연승으로 마무리됐다. 완벽한 수미쌍관. 단일 시즌한정 V-리그 역대 최강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기간 외국인 선수 위주의 배구가 득세하던 V-리그에서 ‘스피드배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배구로 이뤄낸 성과라 그 의미는 더욱 빛난다.
이미 지난달 25일 OK저축은행과의 안산 원정경기에서 3-0 승리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던 현대캐피탈은 이날 유관순체육관을 가득 메운 홈팬 앞에서 화려한 세리머니로 신고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화려한 불꽃과 함께 ‘프로배구 최초 18연승’의 통천이 코트를 뒤덮었다.
![]()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구단에서 비밀리에 준비한 최 감독의 깜짝 ‘선수 은퇴식’. 자신의 화려했던 현역 시절의 영상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진 최 감독은 부모님과 아내가 깜짝 등장하자 참았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 선수로서 우승을 해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게 마음 속에 상처였는데, 내 뒤에 서있는 선수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난 은퇴하는 게 아니다. 감독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리베로 여오현의 리시브를 받아 주장 문성민, 윤봉우, 오레올에게 현역 시절을 연상케하는 토스를 올리며 은퇴식을 마쳤다.
천안=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