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특검으로 오랜 응어리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동교동계’의 결의는 끝까지 지켜질 것인가. 동교동계는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결정했기에 확고하다는 의지다. 정치권에선 동교동계의 반발 이유와 노림수, 문재인 대표의 향후 태도에 따라 상황은 유동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동교동계 좌장 격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선거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파 및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대응이 주목된다.
권 고문은 다급해진 문 대표의 ‘SOS’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권 고문은 오는 5일 문 대표,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동교동계와 인연이 깊은 김원기, 임채정 고문과 함께 ‘원로와의 대화’라는 형식의 모임을 갖고 정 후보 지원 의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김성수 대변인이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했다. 문 대표는 이날 제주에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권 고문 등과의 만남에 대해 “당이 다시 힘을 하나로 모으고 단합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다음주 7일 동교동계 ‘화요모임’에 직접 참석해 DJ 묘역을 참배하고 화해의 손길을 건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호남 출신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권 고문은 적극 돕겠다고 했지만 다른 분들이 안 가시겠다고 하니까 문 대표가 직접 만나 도움을 청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차원에서 건의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동교동계의 지원 거부를 관악을 후보 경선 후유증으로 보고 있다. 김 대변인은 “그런(지원 거부) 말씀을 주도적으로 하는 분들이 관악을에서 김희철 전 의원을 도왔던 분들”이라며 “(패배에 따른) 감정과 응어리들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경선 후유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교동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즉흥적인 감정 때문은 아니지 않겠나. 호남의 정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노무현정부의 대북송금특검 등으로 친노(친노무현)에 대한 오랜 응어리가 남아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럴 경우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문 대표의 입장 표명이 동교동계를 움직이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지원에 유보적 입장을 고수해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는 통화에서 “동교동계 분들하고 (저와) 과거에는 약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전대에서 도와준 분들”이라며 “아직 연락이 없었지만, 문 대표하고 나눈 얘기를 가지고 그분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교동계의 공동보조가 내년 총선 공천이나 야권 재편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와 동교동계 화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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