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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 묶고… 굶기고… 요양원 학대 심각

입력 : 2015-02-04 19:47:41 수정 : 2015-02-04 20: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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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다 다치면 곤란해진다”
침대에 결박한 뒤 방치 예사
“밥투정 하지 말라” 꼬집기도
분당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장모(53)씨는 어머니 A(81)씨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A씨는 당뇨와 치매로 거동이 불편하고 말을 하지 못해 수년째 요양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장씨는 몇개월 전 면회 갔다가 어머니의 양쪽 손목 부근에 멍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설에서는 벽에 부딪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A씨의 허벅지나 팔 안쪽에서 희미한 멍자국이 종종 발견됐다. 장씨는 폐쇄회로(CC)TV 공개를 요구하며 요양보호사를 추궁한 끝에 밤마다 어머니의 손발을 침대에 묶어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몸의 멍자국은 요양보호사가 A씨가 밥투정을 하는 등 말을 듣지 않는다며 꼬집은 흔적이었다. 장씨는 결국 일부 요양비를 돌려받고 어머니를 퇴원시켰다. 그는 다른 시설을 찾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당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고 또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다”며 “생계 때문에 직접 모실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논란이 된 가운데 또 다른 ‘돌봄시설’인 노인 요양시설에서도 학대가 잇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학대를 당하더라도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노인 생활시설은 요양시설 2497곳, 양로시설 285곳 등 5020곳으로 수용 인원은 15만9000명에 달한다. 2008년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시설 입소 등을 돕는 ‘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노인 요양시설은 3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시설이 급증하는 만큼 학대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생활시설의 노인학대는 251건으로, 2005년(46건)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전체 노인학대 신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2.3%에서 7.1%로 증가했다. 특히 학대가 일회성인 경우는 22.3%(56건)에 그쳐 대부분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학대를 당했다는 비율도 28.7%였다.

시설에서 노인을 학대해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한 요양시설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며 얼굴 등을 때린 뒤 바닥에 앉아 있는 노인을 안아 침대에 던진 혐의(노인복지법 위반 등)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B씨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도 평택의 한 요양시설에서 뼈가 부러진 노인을 침대에 묶어 방치하는 등 학대한 원장과 요양보호사 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신고가 접수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시설에 입소한 노인들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호자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만 찾아가 학대 사실을 발견하기 어려운 탓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최모(48·여)씨는 “움직이다 다치면 곤란해진다며 억제제를 주사해서 못 움직이게 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는 곳도 있다”며 “가족이 학대 사실을 알더라도 맡길 곳이 없어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노인요양시설의 학대행위를 신고하면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시설에 학대 여부를 감시하는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학대가 드러나 처벌을 받은 요양원이 정부 평가에서는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요양시설 설립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외부인이 시설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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