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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식탁에 마주앉아 나누는 위로

입력 : 2013-03-01 17:42:00 수정 : 2013-03-01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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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면 거의 매일 식사를 겸한 면담 일정이 잡혀 있다. 면담 전 꼭 확인하는 것이 상대방의 음식 취향이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상대방이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라고 말하면 난감할 때가 많다. 식사 면담에 신경 쓰는 이유는 면담 성패의 50% 이상이 레스토랑 선택에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 어색한 상황에서 메뉴를 소재로 가벼운 대화가 오가다 보면 친근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무리가 없다.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식사면담만큼 좋은 관계를 맺는 수단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맛집을 소개한 책들을 지나칠 수 없다.

이유석 셰프의 ‘맛있는 위로’라는 책은 독특하다. 이 책은 이유석 셰프가 손님에게 음식을 통해 전한 위로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이기에 더욱 공감한다. 특히 부야베스편에 나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대화 없는 가족의 이야기는 나의 사춘기 때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나 역시 한창 반항기에 접어들었기에 부모님과의 대화에는 관심 없었지만, 밥을 먹으려면 모두 한 밥상에서 만나야 했다. 음식 투정이라도 할라치면 먼저 날아오는 아버지의 호통에 밥을 먹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 적도 수없이 많았다. 그러면 어머니는 저녁 식탁에 가족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올려주곤 했다. 생각해 보면 고기반찬을 통해 불편해진 관계를 회복시키고 싶었던 것이 어머니가 짜낸 지혜였을 것이다.

가슴 따뜻한 60대 노부부의 테린편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사례다. 금실 좋은 노부부가 레스토랑에 찾아와 기분 좋게 한국인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프랑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돌아서는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진다. 건강이 나빠진 할아버지는 더는 레스토랑을 찾지 못했지만, 그가 좋아했다는 테린을 메뉴에서 뺄 수는 없겠다고 말하는 셰프를 보며, 왜 책 제목이 ‘누구도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인지 알 것 같다.

위로를 받고 싶지만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한숨에 읽게 되는 쉬운 문체와 읽은 후 남는 따뜻한 여운이 일품이다. 만약 그래도 허전하다면 근처 프렌치 레스토랑에 찾아가 책에 언급되었던 음식들을 한번 맛보는 것도 괜찮다.

윤소윤 인터컨티넨탈 호텔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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