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에 문화혁명기의 이념적 갈등 더해… 더 처절하고 비극적 사랑 그려
국립극장이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식상한 줄거리에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하고도 생소한 시대적 배경을 삽입해 이전과는 다른 색깔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켰다.
문화대혁명은 1966∼1976년 중국에서 마오쩌둥 사상에 맹목적으로 전도된 젊은이들이 주축이 돼 일으킨 만민에 대한 전쟁이었다. 홍위병이라 불리는 이들은 마오 사상에 반하는 인물이라고 생각되면 무조건 배척하고 공격했다. 로미오는 가장 극단적인 ‘공련파’ 홍위병의 선봉장이고, 줄리엣은 이들과 대립하는 보수적인 ‘전사파’ 홍위병 가문의 딸이다. 중국의 사회적 비극과 순수한 두 남녀의 끓어오르는 사랑이 만나는 지점에서 슬픈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무대 세트도 돋보였다. 무대 위에는 커다란 지붕들이 산처럼 솟아 있고, 전봇대 사이사이를 전선들이 이어주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 아슬아슬한 지붕과 줄리엣 방 창가에서 위태로운 사랑을 속삭이고, 어린 홍위병들은 전선을 타고 지붕 사이를 넘나들며 끓는 혈기를 표출한다. 전신주를 타고 비상과 하강을 반복하는 이미지는 가여운 청춘의 그것과도 닮았다.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고, 내년 10월 ‘아시아연극페스티벌’ 오프닝 작으로 올라 중국 베이징, 상하이, 쿤밍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영어와 중국어 자막이 있어 외국인 관람도 가능하다. 2만∼5만원. 1688-5966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끝나지 않은 아프간전 악몽](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30/128/20251130510067.jpg
)
![[특파원리포트] 쉽게 운전대를 잡는 나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30/128/20251130510061.jpg
)
![[구정우칼럼] 한국형 ‘루시법’ 제정을 촉구한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30/128/20251130510038.jpg
)
![[심호섭의전쟁이야기] 중일전쟁의 최종 승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30/128/20251130510013.jpg
)






![[포토] 아이브 가을 '청순 매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8/300/20251128510212.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