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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입학사정관제’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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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7-28 21:14:00 수정 : 2009-07-28 2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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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 불가피 국민들 혼란

국민 모두 상호신뢰 구축이 급선무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행정학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임기 말쯤이면 대입제도가 100%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대학입시제도와 관련해 학생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중시하는 선진국형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관한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학교와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져 이 제도의 섣부른 도입에 반발하고 있으며 관계부처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당면한 교육문제 해결에 새로운 시금석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어떠한 교육정책도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 제도의 도입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사교육문제의 해소와 대학 자율화 측면에서 당위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 입학사정관제도의 100% 조기 도입은 입시제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불가피하게 하고 정책의 획일화로 정부가 약속한 대학의 자율화를 해칠 수 있으며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과 정착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와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이 필요하다. 사교육을 잡기 위해 새 제도를 사회적 합의 없이 도입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을 통해 사교육도 잡고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문제들을 선결한 후에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다.

첫째, 우리 국민 모두의 상호 신뢰 구축이다. 현재 우리 교육현실을 보면 학부모는 공교육을 불신하고 있다. 또한 대학과 정부는 각각 자기들의 입장을 내세우기 때문에 상호 소통이 되지 않고, 교사와 학부모 및 학생 역시 혼란의 와중에 있다. 대학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학생의 잠재적인 능력과 개성을 중심으로 한 선발보다는 지표로 나타나는 성적 우수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려고 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선발과정에서 공정성과 신뢰성 시비의 문제가 남는다.

둘째, 새 제도의 도입은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입시제도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각종 교육정책 때문에 학교현장의 교사와 학부모들은 혼란의 와중에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 세계 속의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학생선발 내용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습은 자칫 국민에게 대학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셋째, 어떤 교육정책이든 일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현재 사교육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어 교육현실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우리는 영어집중강화교육, 자율형 사립고 설립, 국제중 설립 등과 같이 마치 학력 강화를 위해 학생을 무한경쟁 속으로 몰아넣어 오히려 사교육이 더욱 활성화되는 역효과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이에 새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철저한 준비는 물론 교육정책 수립 및 추진자의 실명제가 반드시 수반돼야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고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일선 교사와 학생이 중심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가 마치 대학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모든 교육현안이 해결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러한 문제를 몸으로 직접 느끼고 있는 것은 학교교실에서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는 우리 학생과 그 학생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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