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쪽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게 되면 대개 토론토를 경유하게 된다. 토론토와 나이아가라 폭포 일대는 웅장한 대자연, 향기로운 와인, 화려한 도시, 아늑한 시골마을 등을 한꺼번에 품고 있어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든다.
# 경외감 불러일으키는 나이아가라 폭포
날씨가 맑으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잔뜩 기대를 했지만, 하필 비가 내리고 안개까지 자욱하다.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이동하는 내내 일행은 “좀처럼 오기 힘든 곳인데, 안개가 끼다니”라며 연방 혀를 찬다.
폭포는 눈보다 먼저 귀로 느끼게 된다. 굉음이 이방인의 가슴을 후려친다. 인디언들이 ‘천둥소리’라고 불렀던 바로 그 소리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의 포도밭. |
가뜩이나 물보라가 심한 데다 안개까지 겹치니, 폭포수는 좀처럼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도 폭포 주변에는 인파가 가득하다. 바람이 불어 안개가 걷힐 때만 잠깐잠깐 보이는 물살을 놓칠까봐 여행객들은 폭포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폭포는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서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폭포를 내려다보고 싶다면 헬기를 타거나 160m 높이의‘스카이 론 타워’라는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눈높이에서 폭포의 물보라에 젖고 싶다면 ‘테이블 록 포인트’(Table Rock Point)를 찾는다. ‘안개의 숙녀호’라는 유람선을 타면 폭포 앞으로 다가설 수 있고, ‘저니 비하인드 더 폴스’(Journey Behind The Falls)’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폭포 뒤에서 물줄기를 보게 된다.
이 거대한 폭포에 대한 인간의 도전사를 다룬 아이맥스 극장의 영화도 제법 감동을 준다. 보트가 전복돼 폭포 아래로 떨어진 아이가 천우신조로 목숨을 구한 실제 상황을 재연한 마지막 장면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사진. |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전경. |
헬기와 스카이 론 타워에서 내려다 본 폭포. 바닥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안개까지 끼여 한층 더 아찔하고 웅혼하게 느껴진다. 이 대자연의 경이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헬기가 방향을 틀어도, 탑승객들은 고개를 한껏 제쳐 폭포에 시선을 고정한다.
10분 정도 비행한 헬기에서 내렸더니, 언제 찍었는지 관광객들의 사진을 벌써 인화까지 해 놓았다. 헬기 안에서 무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무선으로 전송한다고 한다. 22달러. 사진 한장 값으로는 적지 않은 액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지갑을 꺼낸다. ‘알뜰여행’이라는 다짐을 잠시 잊을 정도로 폭포의 위용에 압도됐기 때문이리라.
# 아기자기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았다면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라는 작은 마을도 꼭 둘러보자. 폭포와 북쪽 온타리오 호를 잇는 나이아가라 강의 최상류에 자리 잡고 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작은 마을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곳이다. 시끌벅적한 토론토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마음이 번잡해졌다면, 다시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의 상징은 시계탑과 ‘프린스 오브 웨일스’ 호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묵었다는 호텔은 2층으로 규모는 작지만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내부는 유럽의 중세 건물을 연상시킨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교회. |
나이아가라 강변에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교회가 있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이 교회는 높이 3m, 길이 2.5m 정도로, 6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매년 수많은 결혼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린 1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사진에 이어 한 명씩 돌아가며 개인사진을 찍는다.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와 제일 작은 교회. 이 두 사진을 꺼내 보며 이들은 평생 나이아가라를 잊지 못할 것이다.
# 전 세계 문화의 모자이크, 토론토
토론토 여행은 대개 높이 553.33m인 CN타워에서 시작된다. 토론토 시내 남쪽 끝에 위치한 CN타워에 오르면 바다같이 넓은 온타리오 호와 토론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온타리오 호에 떠 있는 섬들은 ‘토론토 섬’으로 불리며, 산책로와 잔디밭, 요트 선착장 등이 잘 갖춰져 이곳 사람들이 최고의 피크닉 장소로 꼽는다.
◇온타리오 호에서 바라본 CN타워. |
◇CN타워에서 내려다본 토론토 시내 야경. |
346m 상공의 레스토랑은 1시간에 한바퀴를 돌며 토론토 일대를 일람하게 한다. 밤이 되면 인구 500만명이 사는 이 대도시의 장쾌한 야경이 펼쳐진다. 고층건물이 많지 않고 평원지대여서 도저히 도시의 경계가 가늠이 되지 않는 토론토의 야경은 일망무제(一望無際)다.
바닥이 유리로 돼 발 아래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글래스 플로어(Glass Floor, 447m)도 CN타워의 명소. 고소공포증이 없더라도, 오금이 저려 쉽사리 올라서지 못한다. 180㎝가 넘어보이는 거구의 여성 안내인은‘걱정할 것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리 바닥 위를 쿵쿵 뛰어보지만, 관광객들은 여전히 쭈빗쭈빗거린다.
카사 로마는 100여년 전 나이아가라 폭포의 수력 발전을 이용한 전기사업으로 거부가 된 헨리 펠레트가 유럽의 성을 본떠 지은 대저택. 당시 캐나다에서 가장 크게 지어진 집으로, 현재는 98개의 방에 20세기 초반 캐나다 상류층의 생활과 모국 영국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럽의 성을 모방한 대저택 카사 로마. |
◇온타리오 호 주변 산책로 ‘우드 바인 파크’. |
온타리오 미술관과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등을 둘러본 후 토론토 시민들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한국의 재래시장 격인 세인트 로런스 마켓, 온타리오 호수변의 ‘우드 바인 파크’라는 산책로 등에 들르면 된다. 토론토대학 근처 퀸즈 스트리트에서는 재즈 바와 장신구 가게 등이 몰려 있어 젊은이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토론토에는 한인 교민도 10만여명에 달한다. 종전엔 블루어(Bloor)지역에 한인들이 모여 살았지만, 최근에는 노스 요크(North York)에 대단위 한인 타운이 형성되고 있다. 토론토는 인디언 말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이다. 현재 70여 민족이 모여 100여종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전 세계의 문화가 융합되고 있으니, 인디언들이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토론토·나이아가라=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
대한항공과 에어 캐나다가 인천∼토론토 직항을 운항한다. 토론토까지는 13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된다.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QEW도로를 타고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6인승 헬기 탑승료는 1인당 130달러. 스카이론 타워 입장료는 23달러. 아이맥스 극장은 12달러. 나이아가라 폭포 유람선은 얼음이 녹은 5월부터 운항한다. 토론토 여행에 대해 한글 정보는 www.torontotourismkorea.com에서 얻을 수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