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철회’ 요구…日 아사히 보도
日측 “일국 총리가 발언 철회 못해”
4대 정치문서 재확인 수습 역제안
“우리는 그 발언을 무심코 내뱉은 실언으로 보지 않는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오랜 기간 가져왔던 역사관이 드러난 것이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이와야 다케시 전 일본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여러 관계자 취재를 통해 보도했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을 대중국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의 관광·유학 자제령, 희토류 수출 규제 등 보복 조치가 이어지며 1년 가까이 경색된 중·일 관계가 단시간 내 회복의 계기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야 전 외무상은 지난 9월28일 민간 중·일 경제 교류 기구인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회장 자격으로 베이징을 찾아 왕 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와야 전 외무상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일본의 방침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발언 이후 일본 정부가 존립위기사태에 대해 ‘개별·구체적 상황에 따라 정부가 모든 정보를 종합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는 기존 견해를 “완전히 유지한다”는 답변서를 각의(국무회의)에서 채택한 사실 등을 내세워 왕 부장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이와야 전 외무상은 “일국의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장벽이 매우 높다”며 대신 ‘1972년 중·일 공동성명’ 등 4개 정치 문서를 재확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1972년 공동성명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인정”하면서 “대만이 중화인민공화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라는 중국 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만에 관한 일본의 이 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의 ‘사실상 철회’이며, 이를 통해 사태 수습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줄곧 발언 철회를 요구하던 왕 부장의 어조는 회담 말미에 일정한 변화를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왕 부장이 “다카이치 총리도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철회하거나 ‘정정’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중·일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아사히에 “왕 부장이 말한 ‘정정’의 의미가 불투명하다”면서도 “철회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실수의 정정이라는 생각이 절충안으로 머릿속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가 사망하자 유족에게 보낸 조전에서 ‘4개 정치 문서 엄수’를 강조했고,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최근 국회 답변 도중 “대만에 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1972년 일·중(중·일) 공동성명과 같다”면서 성명 내용 일부를 이례적으로 낭독까지 했다.
이에 미뤄 4개 정치 문서의 재확인이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일본은 아직 중국의 진의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는 아사히에 “4개 정치 문서를 다카이치 총리가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만으로 중국 측이 치켜든 주먹을 내리고 원만히 마무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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