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원내대표 “트럼프 행정부 자회사 시대 끝”
오바마케어 복원·물가 안정·관세 폐지 입법 추진
엡스타인·트럼프 가족 비리 의혹 조사 예고
탄핵소추 가능성 열어둬…실제 파면은 어려워
트럼프, “나 탄핵하면 민주당 파멸”
미국 중간선거 하루 뒤인 미 동부시간 4일(현지시간) 오후 5시(한국시간 오전 7시) 현재 개표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민주당이 하원 435석 중 240석을 달성해 공화당(139석)과의 의석차를 크게 늘렸다. 미 언론들은 민주당의 하원 의석이 최종적으로 250석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부에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민주당이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후반기부터는 각종 조사권, 대통령 행정명령에 반하는 입법, 예산 관련 법안 등에서 막강한 의회 권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하원 다수당 지위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민생 먼저”…오바마케어·물가·관세 우선순위
초당파 선거분석기관인 쿡폴리티컬리포트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마지막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대 24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50석 이상의 개표가 여전히 남은 가운데 민주당이 240석도 벌써 넘겨버리면서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차는 최소 50석 이상, 그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최초의 흑인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하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완전 소유 자회사처럼 기능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이 먼저 언급하는 입법 우선순위는 건강보험, 물가, 관세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선거 직전 abc 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새롭게 확보한 다수당 지위의 정치적 동력을 활용해 만료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의 보험료 보조금을 복원하고, 1조 달러 규모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 삭감을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계획은 건강보험에 집중하고, 식료품과 휘발유, 주거비의 높은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원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세계적 관세 정책을 폐지하고 통상 정책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회복하기 위한 법안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무력화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법안에 다시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이를 다시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양원 각각의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는 이번 민주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상·하원 모두 어려운 일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되면서 공화당 의원들과의 균열을 주목해볼 필요는 있다.
◆엡스타인, 트럼프 측근비리 등 조사 강화될 듯
민주당이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하는 1월부터 즉각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에 대한 각종 조사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상임위원회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여러 조사를 동시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하원 감독위원장이 유력한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선거 당일 밤 성명을 발표하고 “변호사부터 선임하라(Lawyer up)”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가르시아 의원은 특히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 공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때 비공개로 진행했던 관계자 면담을 공개 청문회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감독위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사업 거래 관련 의혹에 대한 면담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로 이민단속 요원들의 미국 시민에 대한 강경 진압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요원들에 의해 미국 시민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가 사망한 사건이 1순위 조사 대상이다. 가르시아 의원은 또 백악관 연회장 건설에 기부한 기업들, 반사연못 공사 업체와 같은 경쟁입찰 없는 계약 사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 법사위도 주목받는 상임위다. 차기 하원 법사위원장에 유력한 제이미 래스킨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사업부터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의 정치화, 기업 합병과 같은 반독점 문제까지 광범위한 사안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로 간주해온 인물들을 대상으로 추진된 기소와 수사 시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하원 군사위원장에 유력한 애덤 스미스 의원은 국방부(전쟁부)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도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 전쟁의 비용과 의회 승인 없는 개전 결정을 핵심 의제로 삼을 전망이다. 군 고위 지휘관들의 해임 문제도 조사 대상이다.
◆트럼프 탄핵 소추, 가능하지만 정치적 부담
과반을 장악한 하원 민주당은 자당 의원들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가결할 수도 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우리는 어떤 것도 추진하기로 확정하지 않았고,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생활비 위기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민생 문제보다 탄핵 문제를 거론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이지만, 가능성을 닫지도 않은 것이다.
의회에서 하원 과반의 찬성이 있으면 탄핵 소추안 가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상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은 상원에서 100석 중 54석을 확보했으며, 개표가 진행 중인 알래스카와 미시시피 두 의석을 모두 가져와도 3분의 2는 되지 않는다. 이 역시 공화당 일각의 이탈표가 필요하지만,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는 정책 문제보다 공화당 의원들의 이탈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민주당이 정치적 심판을 위해 실제 파면 가능성이 낮더라도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차기 법사위원장이 유력한 래스킨 의원은 정치전문매체 펀치볼뉴스에 “탄핵은 헌법이 마련한 수단들 가운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하지만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한 가지는 탄핵심판과 탄핵소추안이 엄청난 에너지와 관심을 소모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에서 기자들과 문답하면서 “(탄핵을 추진하면) 민주당이 파멸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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